영화지 <사이트 앤드 사운드>가 창간 75주년을 맞아 꼽은 ‘잊혀진 75편의 보석’ 중 가장 이상한 선택은 <수퍼스타>였다. 제목조차 낯선 미지의 걸작들 사이에서 하이틴코미디인 <수퍼스타>는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처럼 보였다. <수퍼스타>는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 <미스 리틀 선샤인>, <주노> 같은 영화에 영향을 끼친 선구적 작품으로 주목받아 마땅하나 지금껏 싸구려라는 평가를 면하지 못했다.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의 인기 캐릭터 매리 캐서린 갤러허를 스크린으로 끌고 왔던 배우 몰리 섀넌의 운명도 영화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같이 공연한 윌 페렐이 승승장구한 것과 반대로 그녀는 <록스베리 나이트>부터 <탈라데가 나이트: 리키 바비의 발라드>에 이르는 작품에서 그의 그늘에 늘 가렸고, 그 밖의 영화에서도 웃기는 조연에 머물렀다. 그녀를 재발견한 사람은 <스쿨 오브 락> <나쵸 리브레> 등의 작가로 유명한 마이크 화이트였다. TV프로그램을 통해 섀넌을 만난 화이트가 그녀를 염두에 두고 준비한 연출 데뷔작이 <이어 오브 더 독>이다. 애완견의 죽음 이후 삶의 변화를 겪는 여자 페기로 분한 섀년의 연기는 드라마와 코미디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잡고 있다. 페기란 인물은 학대받는 동물들의 딱한 사정을 접한 것을 계기로 동물보호운동에 나서다 난처한 입장에 놓인다. 동물애호가를 대변하는 듯한 영화를 에롤 모리스의 다큐멘터리 <천국의 문>의 극영화 버전으로 해석할 수도 있으나, 영화의 진짜 주제는 ‘괴짜의 자아 찾기’다. 주변인들에 의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당하던 인물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자기가 가는 길에 대한 신념을 지키게 된다. 그러니까 <이어 오브 더 독>은 <수퍼스타>의 또 다른 버전에 다름 아니며, 두 영화에서 전혀 다른 색깔을 선보인 섀넌은 같은 캐릭터가 성장하면서 바뀐 모습을 연기한 셈이다. 두 영화를 보노라면 뛰어난 재능을 평범한 틀 안에 가두는 상업영화의 행태를 탓하고 싶어진다. 4살 때 차사고로 엄마와 언니를 잃은 고통을 삶으로 승화했고, 뉴욕대에서 드라마를 전공한 섀넌에게 코미디는 너무 작은 영역이었던 것이다. 예고편만 담긴 <수퍼스타>의 DVD와 달리 <이어 오브 더 독>의 DVD는 여러 가지 부록을 수록했다. 감독과 배우의 정감 넘치는 대화로 채운 음성해설, 메이킹필름(16분), 5개의 아기자기한 특집영상(16분), 7개의 삭제장면(12분), 즉석인터뷰(7분) 등의 부록이 색다른 분위기의 영화를 친절히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