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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 마니아] 예성, ‘짝퉁 이연걸’이라 부르지마
주성철 2008-04-25

예성은 현재 <살파랑>(2005)에서 견자단과 골목 액션신을 벌인 오경, <쿵푸허슬>(2004)에서 십이로담퇴를 구사하던 짐꾼 석행우와 더불어 홍콩영화계의 주목할 만한 차세대 고수이다. 하지만 그는 1967년생이라 벌써 마흔살의 노장. 최근에는 엽위신 감독의 <도화선>(2007)에서 견자단과 길고 긴 라스트 결투를 벌여 화제가 됐다. K-1과 프라이드를 연상시키는 이 무지막지한 대결은 홍콩영화계의 마지막 고수들이 맨손 대결에 있어 끝장을 본 경지다. 예성의 다음 영화가 바로 <포비든 킹덤: 전설의 마스터를 찾아서>로, 그는 부담스러운 눈 화장을 하고 있던 제이드 장군으로 출연했다. 그보다 앞서 이연걸이 출연을 거부했던 <매트릭스2 리로디드>(2003)에 동그란 선글라스를 낀 동양 고수 세라프로 출연하고, <DOA>(2006)에 하야테로 출연하면서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그는 이연걸과 견자단 이후 거의 맥이 끊긴 정통 쿵후배우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이연걸과 견자단은 나란히 1963년생이다).

본명 추조룡, 예성은 예명이다. 대만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무술을 배우고 일찌감치 스턴트맨으로 활동하다가 홍콩으로 이주하면서 본격적인 배우의 길을 걸었다. 그를 눈여겨본 사람은 홍금보였다. 홍금보 무술팀의 일원이 된 그는 <열화가두>(1989)에서 조연 이상으로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고 <귀교귀>(1990)에서도 홍금보와 호흡을 맞췄다. 하지만 연기력 탓인지 작품 선정 탓인지 초반 기세와 달리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지는 못했다. 이후 주연급 배우로 활동했다고 말하기도 힘들며 무협영화의 침체 속에서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펼칠 기회를 갖기도 힘들었다. 심지어 주성치의 <구품지마관>(1994)에서는 분노한 주성치의 거대한 작두에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는 끔찍한 죽음을 맞기도 했다. 그런 그가 명성을 얻은 건 이연걸과 호흡을 맞추고서부터다. 어지간한 실력자가 아니고서는 이연걸의 상대역이 되기 힘들다는 걸 떠올려보면 실력 하나만큼은 확실한 인증을 받은 셈이다. 기억해둘 만한 작품은 동생의 복수를 위해 이연걸과 싸우던 <이연걸의 보디가드>(1994)다. 두 사람은 가스가 새어나오는 집 안에서 물을 적신 수건으로 호흡하며 멋진 대결을 펼쳤다.

그런 점에서 자기만의 액션 스타일을 선보이고자 했던 <무문제2>(2002)와 <도화선>은 예성의 자립선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예성은 수시로 이연걸과 함께 엮이는 운명이었다(물론 그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선배로 이연걸을 꼽긴 한다). 나쁘게 엮일 때도 있었고 좋게 엮일 때도 있었다. 이연걸의 <무인 곽원갑>(2006)에서 어린 곽원갑의 아버지로 등장하고, <매트릭스>에 어쩌면 이연걸 ‘대타’로 출연한 건 행복한 경우라 할 수 있는데 어쨌건 이연걸은 그에게 거대한 벽이었다. <의천도룡기>(1994)에서는 장무기(이연걸)를 괴롭히는 송청서로 출연해 급기야 장무기로부터 평생 무술을 쓰지 못하는 벌을 받고, <모험왕>(1996)에서는 이연걸의 아내 관지림을 유혹하다 결국 이연걸로부터 처절한 응징을 당했다. 그러니까 <포비든 킹덤…>에 이르기까지 이연걸과 예성의 악연(?)은 꽤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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