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박함, 섹스중독자, 얼간이, 대마초, (여성의)누드…. IMDb가 집계한 조나 힐의 키워드다. 그가 연기한 <슈퍼배드>의 세스는 어린 시절 “어린이의 8%가량이 겪을지 모른다”는 성기 그리기에 몰두했고 친구 엄마의 풍만한 가슴에 매력을 느끼며, 여자들에게 술을 사주면 섹스를 할 수 있을 거라 믿는 얼간이다. 그런가 하면 <사고친 후에>의 조나는 친구들과 대마초를 즐겨 피우면서 영화 속 여배우의 누드장면을 기록하며 시간을 때우는 백수다. 말하자면 그들은 모든 엄마들이 “우리 애는 착한데, 나쁜 친구를 만나서”라고 변명할 때 이용되는 그 ‘나쁜 친구’이다. 하지만 엄마가 사귀지 말라는 친구가 때로는 제일 좋은 친구다. 나에게 술과 담배를 가르쳐주고 남녀상열지사의 비밀을 일깨워주며, 가출로 인도해 진짜 세상을 경험하게 해주는 친구. 그는 내가 애인과 헤어지면 아마 그녀를 욕해줄 테고, 회삿일로 스트레스를 겪을 때는 퇴사를 종용할 것이다. 그렇게 내가 백수가 되면 매일같이 슬리퍼를 끌고 나를 찾아올 것이다. “안녕! 우리 오늘은 어떤 바보짓을 하면서 놀아볼까?” 조나 힐은 그처럼 내가 어리석은 짓을 할 때, 나를 꾸짖기는커녕 함께 바보가 되어줄 것 같은 친구의 모습을 가진 배우다. 뽀글머리와 출렁이는 뱃살을 가진데다, 입만 열면 욕이고 음담패설이지만, 이처럼 만사태평, 안하무인, 유유자적한 친구를 어떻게 멀리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정작 실제의 조나 힐은 이런 기대와는 딴판인 녀석이다. 영화 속의 캐릭터와 비교할 때 당신의 성생활은 어떠냐는 질문에 그는 “나는 완벽한 남자가 아니에요. 오직 내 여자친구만 만나는 유대인 소년이죠”라고 답한다. 연기를 할 때 외에는 TV나 보면서 맥주를 마시거나, 컴퓨터 게임에만 빠져 있을 줄 알았더니 틈틈이 시나리오를 쓰면서 웨스 앤더슨(<다즐링 주식회사> <로얄 테넌바움>) 같은 영화감독이 되길 꿈꾸고 있단다. 심지어 그가 쓴 몇편의 시나리오는 이미 주드 애파토우가 연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다 혹시 나중에는 ‘엄마친구아들’로 변절해버리는 건 아닌지. 부디 천박한 취미를 가진 얼간이 친구로, 언제든 업힐 수 있는 푹신한 등을 가진 친구로 남아주길. 다이어트 따위는 관심조차 두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