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체 아이언맨은 누구인가?
아이언맨은 토니 스탁이라는 남자의 얼터에고다. 토니 스탁은 뉴욕의 부유한 공장경영자 하워드 스탁의 아들로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났다. 그것만으로도 배가 아플 지경인데 그는 15살 나이에 메사추세츠공대(MIT)에 입학할 정도로 타고난 영재였다. 부모가 비극적인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자 토니 스탁은 젊은 나이에 거대한 ‘스탁 엔터프라이즈’의 회장이 된다. 그의 제국이 그렇게 도덕적인 재벌가의 용모를 갖추고 있었던 건 아니다. 스탁 제국의 주요 생산물은 미 군부에 납품하는 치명적인 살상무기들이었고, 토니 스탁은 술과 여자를 끼고 방탕한 생활을 보내는 전형적인 젊은 재벌의 삶을 마음껏 누렸다. 하지만 토니 스탁의 운명은 새로운 무기를 시연하기 위해 향한 베트남전쟁에서 완전히 흔들린다. 새 무기를 시연하던 중 가슴에 치명상을 입고 적군에 생포된 토니 스탁은 적을 위해 새로운 무기를 개발해야 하는 운명에 놓이고 마는 것이다. 다행히 동료 죄수의 도움으로 몰래 구식 아머슈트(Armour Suit: 갑옷)를 만들어 입은 스탁은 적진을 빠져나와 다시 조국의 품에 안긴다. 그리고 발명가로서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해 좀더 혁신적인 아머슈트를 만들며 테러로부터 시민들을 돕는 아이언맨으로 활동하기 시작한다.
2. 그렇다면 토니 스탁은 미군의 전 지구적 침공에 동의하는 우파 자본가고, 아이언맨은 미국을 위한 전투무기란 말인가. 그런 슈퍼히어로를 좋아해야 할 이유라도 있나?
우파 슈퍼히어로라는 말이 아니라 토니 스탁이라는 남자의 시작이 그랬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솔직히 말하자면 슈퍼맨도 엄밀히 따지면 우파 슈퍼히어로 아니겠는가. 색깔론은 잠시 잊고 영화의 주연을 맡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말을 들어보자. “토니 스탁은 부를 창조하려는 도전자. 체제주의자. 군수무기를 만들고 폭음을 하며 여자를 좋아하는 비열한 인간인 동시에 호감가는 히어로다.” 말 그대로 토니 스탁은 불완전한 인간이다. 그는 코믹스 시리즈에서 회사를 통째로 빼앗겨서 쫓겨나거나, 팍스 아메리카나의 상징적 슈퍼히어로인 ‘캡틴 아메리카’에 대항하는 바람에 팬들에게 버림받기도 하고, 알코올중독으로 인해 밑바닥 인생을 걷기도 한다. 아이언맨은 슈퍼맨처럼 완벽하거나 배트맨처럼 사춘기적인 정체성 문제로 고통받는 슈퍼히어로가 아니다. 갑옷을 벗는 즉시 아이언맨은 알코올중독과 속세의 문제로 머리를 싸매는 거부 토니 스탁이 된다. 마블 코믹스의 대표 아비 아라드가 아이언맨이야말로 21세기다운 슈퍼히어로라고 일컫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아이언맨이 지금 영화의 좋은 소재인 이유는,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세상이나 사회적 문제와 관련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내부의 슈퍼히어로를 찾아내고 구원을 받기 위해 끔찍한 과정을 거치는 남자의 이야기다.” 심각한 마약중독으로 재활원을 들락거렸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왜 캐스팅됐는지는 말할 필요 없겠다.
3. 21세기적 슈퍼히어로라고? 그럼 아주 최근에 새로 만들어진 슈퍼히어로인가?
1963년 3월 <테일즈 오브 서스펜스> 39호에 첫 등장한 아이언맨
그렇지는 않다. 아이언맨은 스파이더 맨의 조물주로도 잘 알려진 코믹스계의 전설 스탠 리가 지난 1963년 <테일스 오브 서스펜스> 39호에 처음으로 데뷔시킨 슈퍼히어로다. 당시 코믹스계를 좌지우지하는 작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던 스탠 리는 왠지 “예전의 통상적인 슈퍼히어로와는 전혀 다른 히어로”를 하나 만들고 싶어서 좀이 쑤시던 차였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였다. 현실에 발붙이고 있는 실제 인물로부터 이미지를 착취해서 슈퍼히어로를 창조하는 것이다. 스탠 리가 즉각적으로 떠올린 남자는 <에비에이터>의 주인공인 거부 하워드 휴스였다. 스탠 리는 “우리 시대 가장 컬러풀한 남자. 발명가에 모험가이며 억만장자이자 탕아(蕩兒), 그리고 미치광이인 남자” 하워드 휴스를 모델로 방탕한 부자이며 천재적인 발명가인 토니 스탁을 창조했다. 그럼 토니 스탁의 외모도 하워드 휴스에게서 가져왔냐고? 그건 아니다. 스탠 리의 설명에 따르면 그의 얼굴은 할리우드 고전기의 타고난 탕아였던 배우 에롤 플린을 쏙 빼닮았다.
4. 근데 영화 스틸과 코믹스를 보니 갑옷이 여러 개다
<테일스 오브 서스펜스>에 첫 등장했을 당시 토니 스탁이 입었던 아머슈트는 투박한 회색의 철제 장갑이었다.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베트남 정글(영화에서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뚝딱뚝딱 만들어낸 갑옷이 최신 테크놀로지로 만든 로보캅 껍질이긴 무리다. 대신 탈출한 토니 스탁은 스탁 회사의 기술력과 자신의 천재성을 발휘해 금색과 붉은색이 뒤섞인 아머슈트를 개발했고, 이후에도 아머슈트의 능력은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된다. 영화에서도 세 단계로 진화되는 아머슈트가 선보일 예정인데 금색과 붉은색의 오리지널 디자인은 거의 그대로 유지된다. 하긴 촌스런 알록달록 타이츠를 검은 가죽 재킷으로 일신한 <엑스맨>처럼 코스튬만 바꾼다고 현대적 업그레이드가 될 형편은 아니었을 것이다. 인간의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 슈퍼히어로인 만큼 아머슈트의 디자인은 팬들을 위해 그대로 유지할 필요가 있었을 테니까.
5. 아이언맨에게는 대체 어떤 능력이 있나? 겉보기로는 그냥 방탄복 입은 남자 같은데…
아이언맨의 아머슈트는 보기보다 대단하다. 날 수도 있고 살상용 무기도 갖춰져 있다. 그보다 더 ‘팬보이’ 같은 대답을 듣고 싶다고? 알아듣거나 말거나 설명해드리겠다. 아이언맨의 대표적인 무기는 손목에서 발사되는 리펄서 광선(Repulsor Ray)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손목에서 거미줄 대신 레이저광선이 나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유니-빔 프로젝터는 가슴으로부터 전자기(電磁氣)를 뿜어내는 장치다. 때로는 자기장 필드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홀로그래픽을 내보내 적을 혼동시키는 능력도 있다. 게다가 아이언맨은 우주와 해저에서 활동 가능한 특별 슈트도 갖추고 있다. 슈트 위에 또 다른 슈트를 입는 셈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아이언맨의 팬들이 궁금해했던 건 토니 스탁이 아머슈트 속에 속옷을 입느냐 아니냐다. 미국 TV시리즈 <사인펠트>의 한 에피소드에서 주인공 제리 사인펠트와 조지 코스탄자는 이 문제를 두고 설전을 벌인 바 있다. 그리고 코믹스 작가들은 이후 출간된 <아이언맨 vol. 3, #1>에서 토니 스탁의 입을 빌려 답한다. “언제 제리에게 그 속옷설에 대해 답변해줄 필요가 있겠어.” 결국 밝혀진 건 없다는 이야기다.
6. 아이언맨의 적은 대체 누군가. 아이언맨에게도 조커나 고블린처럼 근사한 악당이 존재하느냔 말이다
슈퍼히어로에게 적이 없다면 그게 슈퍼히어로이겠는가. 가제트에게도 클로 박사가 있고 파파 스머프에게도 가가멜이 있지 않나. 아이언맨에게도 수없이 많은 크고 작은 적들이 존재한다. 재미있는 것은 아머슈트를 입고 활동하는 아이언맨의 특징에 걸맞게 악당들도 아머슈트를 입고 다닌다는 점이다. 존 파브로 감독이 영화 <아이언맨>에 출연시키길 원했던 악당 후보는 모두 세명이다. 소비에트 과학자 안톤 반코가 들어 있는 ‘크림슨 다이나모’, 전직 KGB 요원인 보리스 불스키가 조종하는 ‘티타늄맨’, 그리고 영화에 등장할 ‘아이언 뭉거’다. 아이언 뭉거는 토니 스탁의 경쟁사 회장인 억만장자 오바디아 스테인이 개발한 아머슈트로, 아이언맨보다 진보된 기술력으로 만들어져 막강한 화력을 자랑한다. 개봉할 영화에서 오다비아 스테인은 제프 브리지스가 연기한다.
7. 아무리 생각해도 토니 스탁에게는 그만한 강적들에 혼자 맞설 만한 책임감과 지력이 없어 보인다. 현명한 조력자들이 있는가?
물론이다. 배트맨에게는 로빈이 있고 슈퍼맨에게는 루이스가 있고 호머 심슨에게는 마지 심슨이 있듯이 토니 스탁에게도 조력자는 있다. 스탁이 베트남에서 탈출하는 것을 도와준 인연으로 동료가 된 헬기 조종사 ‘제임스 로즈’는 스탁의 회사가 개발한 ‘워 머신’이라는 아머슈트를 입고 개별적인 슈퍼히어로 활동도 벌이는 캐릭터다. 로즈는 아이언맨 시리즈에서 토니 스탁이 죽자 그의 회사를 책임지고 경영하기도 한다. ‘버지니아 “페퍼” 포츠’는 토니 스탁의 개인 비서다. 머리칼이 붉어서 ‘페퍼’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그녀는 탕아 토니 스탁이 저지르고 다니는 온갖 소동들을 유능하게 정리하는 능력이 있다. 마지막 조력자는 스탁의 운전사이자 개인 비서이며 전직 복서인 ‘해피 호건’이다. 문제는 그가 코발트 광선을 맞으면 (‘헐크’를 연상시키는) ‘프릭’이라는 괴물로 변신한다는 거다. 한번 변신하면 주인도 몰라보고 설칠 뿐만 아니라 아이언맨 갑옷도 단번에 때려부술 만큼 강하다. 이후 토니 스탁과 해피 호건은 페퍼 포츠를 두고 삼각관계에 빠진다. 승자가 누구냐고? 재미있게도 페퍼 포츠가 선택한 남자는 해피 호건이다. 돈 많은 영웅보다 상처받은 괴인에 끌리는 여성의 마음이랄까. 영화 <아이언맨>에서 제임스 로즈는 테렌스 하워드가, 페퍼 포츠는 기네스 팰트로가 연기한다. 아쉽게도 해피 호건은 등장하지 않는다.
8. 마지막 질문이다. 토니 스탁은 엄청난 거부인 것 같은데, 그럼 브루스 웨인보다 더 부자인가?
아쉽게도 그렇진 않다. 경제잡지 <포브스>에 따르면 브루스 웨인이 전재산 68억달러로 30억달러의 토니 스탁을 가뿐히 능가한다. 현실의 뉴욕보다는 고담시의 부동산이 더 값나가기 때문일까. 하지만 영국 영화지 <엠파이어>의 의견은 다르다. 그들이 꼽은 ‘영화화된 슈퍼히어로 부자 리스트’에 따르면 모든 슈퍼히어로 중 최고의 부자는 1천억달러의 재산을 보유한 토니 스탁이고, 브루스 웨인은 추정재산 800억달러를 기록하며 2위로 밀려난다. <포브스>와 <엠파이어>가 공개한 두 히어로의 재산액에 큰 차이가 나는 것은 경제잡지 <포브스>가 좀더 현실적으로 재산을 산정했기 때문일 게다. <엠파이어>가 선정한 나머지 8명의 순위는 다음과 같다. 3위는 <엑스맨: 최후의 전쟁>에 잠시 등장한 앤젤(총재산 320억달러). 4위는 <슈퍼맨>의 강적 렉스 루터(47억달러), 5위는 <엑스맨>의 자비에르 교수(35억달러). 6위는 <판타스틱4>의 네 친구들(5억달러). 7위는 역시 <엑스맨>의 마그네토(4억달러). 8위는 뉴욕의 잘나가는 변호사이기도 한 ‘데어데블’(연봉 15만달러). 9위는 ‘슈퍼맨’이자 재벌 신문사 기자인 클라크 켄트(연봉 10만달러). 10위는 모두가 예상했듯이 이웃들의 선량한 친구 피터 파크다. <엠파이어>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50센트와 과자 한 봉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