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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아닌 사람 이효리
김미영 2008-04-17

편안한 이미지를 강조하되 상품성도 극대화하는 스타 리얼리티 프로그램 <오프 더 레코드, 효리>

이효리는 울고 있었다. 지난 4월1일 서울 잠실 야구경기장에서 열린 LG와 삼성 경기에서 ‘피겨요정’ 김연아에게 시구 기회를 뺏겼다는 ‘이효리의 굴욕’ 기사가 난 다음날 아침이었다. 이효리의 시시콜콜한 사생활을 방영 중인 케이블 음악채널 Mnet <오프 더 레코드, 효리>는 5일 방송된 ‘진실과 왜곡1’편에서 “억울하다”며 침대 머리맡에 고개를 묻고 우는 이효리의 모습을 방영했다. 이효리의 퉁퉁 부은 눈은 ‘고소하겠다’던 이효리 소속사의 강경대응보다 더 위력적으로 다가왔다. 억울한 사정에 대한 안타까움을 넘어 시대의 아이콘이자 동경의 대상인 이효리의 어깨를 친구처럼 감싸안아주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켰다. 방송이 나가던 시점에선 이미 LG구단쪽의 공식사과로 기사가 오보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였지만, 남아 있던 술렁거림을 잠재운 건 이효리의 눈물이었다. 시청자도 “방송보다 기사 먼저 봤는데 아팠겠어요. 힘내세요”(ssimplly), “프로그램 보면서 연예인 가십거리를 쉽게 이야기하면 안 되겠다 싶었어요”(rkdcjfdmlrjf)라는 반응을 보였다.

<오프 더 레코드, 효리>는 데뷔 10주년을 맞은 이효리의 일상생활을 낱낱이 공개하는 프로그램이다. 파파라치처럼 따라다니며 이효리의 하루를 스케치하고, 그의 집 안 곳곳에 CCTV를 설치해놓아 자고 일어난 부스스한 모습, 고양이와 장난치는 모습 등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여준다. 가족들과 고스톱을 치는 단란한 모습, 햄버거를 먹으며 살찔 것을 걱정하거나 여행 중 쇼핑하며 즐거워하는 평범한 모습들도 친근하게 보여준다. 이효리는 프로그램 방영에 앞서 “만들어진 이미지가 아닌 ‘사람’ 이효리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날방송’이 대세인 흐름에서 ‘스타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오프 더 레코드, 효리>는 솔직함이 매력인 이효리를 대중과 더 친밀하게 밀착시킨다. 더불어 이효리의 상품성도 극대화했다. 식상해졌을지도 모를 섹시함 대신 이효리 특유의 편안함과 털털한 이미지를 내세워 친근감을 높이는 한편, 일상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요란하지 않게 가십도 잠재운다. 제작사에서 기획한 의도된 프로그램이 아니라고 하지만 <오프 더 레코드, 효리>는 분명 색다른 홍보 방식이다. 이효리의 소속사인 엠넷미디어와 Mnet이 계열사라는 사실이 의혹을 짙게 한다. <오프 더 레코드, 효리>에서 일상이 화보 같은 이효리의 모습을 넋놓고 보다가도 뒷맛이 씁쓸한 이유다.

새로운 이미지 메이킹 전략 덕인지 이효리는 잠시 주춤하던 시기를 넘어 지금도 방송계의 ‘블루칩’이다. SBS <일요일이 좋다> ‘체인지’에 이어 이번 봄 개편에서도 침체기를 겪던 KBS2 <상상플러스 시즌2>의 진행을 맡아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핑클’ 시절엔 ‘요정’, <10 MINUTES>를 부를 땐 ‘섹시 디바’였고, 예능 프로그램에선 ‘친구·동생·누나·언니’ 등으로 이미지를 변화해온 이효리. 타고난 카리스마와 재능에 <오프 더 레코드, 효리>로 다져진 친근한 이미지로 새롭게 진행을 맡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이효리 효과’(이효리가 뜨면 시청률도 뜬다)를 증명할 수 있을까. 성공한다면, 올해 꼭 서른이 된 이효리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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