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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폿 인터뷰] “한국적인 걸 많이 담으려고 하는 편이다”
정재혁 사진 이혜정 2008-04-15

단편애니 <스톱>으로 칸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진출한 박재옥 감독

박재옥 감독의 단편애니메이션 <스톱>은 하나의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세상의 시간이 멈춰버린다면? 이미 많은 영화와 애니메이션이 반복해 상상해온 이 아이디어는 <스톱>에서 모자의 이야기와 만난다. 두 모자가 탄 승용차는 사고를 당한다. 하지만 자동차가 절벽 아래로 떨어지려는 순간 아들의 시계가 멈추고, 주인공을 제외한 세상의 모든 게 정지된다. <스톱>은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며 부모 앞에 눈물 흘리는 불효자에게 시간을 멈출 기회를 준다. 그리고 펼쳐지는 상상 속 반성의 시간. 진부한 아이디어를 말끔하고 재기발랄하게 재구성한 <스톱>은 올해 칸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진출했다.

-영화를 어떻게 구상했나. =처음에는 시간을 멈춘다는 설정에서 시작했다. 이미 영화나 다른 만화들이 비슷한 내용을 많이 만들어서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그러던 중 어머니를 구하는 아들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나는 보통 시나리오를 쓰지 않고 작업을 하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재미있는 아이디어나 캐릭터의 이미지를 최대한 자유롭게 많이 그리려고 했다. <스톱>을 하면서는 500장 정도 그린 것 같다. 작품에 쓴 건 100여장이고. 차사고가 난 순간의 긴박한 느낌, 다리 위에 떨어지기 전 차의 이미지 등을 떠올리면서 이야기를 구상했다.

-두 모자는 어디로 가는 건가. =굳이 어디로 가는지 처음에는 설정을 안 했다. 그러다 그냥 회사원인 아들이 평일 업무 시간에 잠시 짬을 내 어머니를 병원에 데려다주는 것이라 생각했고, 나중에는 양로원에 함께 가는 거라고도 생각해봤다. 그림이 만화체이기 때문에 너무 주제가 무겁게 되지 않게 노력했다. 치매인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게 어렵지 않나. 마지막 장면에 보면 남자가 시간을 멈추고 어머니를 모시고 어딘가로 가는데 그만큼 아들은 어머니를 사랑하는 거다. 그런데 상황에 따라 쉽게 이겨낼 수도 없는 거니까. 그런 걸 표현하고 싶었다.

-그림체가 독특하다. =한국적인 걸 많이 담으려고 하는 편이다. 조금 과장되긴 했지만 주변을 관찰하고 크로키하면서 한국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내려고 한다.

-원래 디자인을 전공한 걸로 알고 있다. 어떻게 애니메이션을 연출하게 됐나. =어릴 때 TV에서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미래소년 코난>이나 <톰소여의 모험>을 보면서 애니메이션을 하겠다고 생각했다. 디자인을 전공한 건 당시에 내가 애니메이션 학과가 어디 있는 줄 몰랐기 때문이다. (웃음) 그래도 디자인이 애니메이션과 가장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서 했던 거고 많은 도움이 됐다.

-<스톱>은 연필로 2D애니메이션이다. 3D나 다른 매체에도 관심이 있나. =예전에 3D 작품을 했었다. 그때는 계속 3D만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요즘은 계속 2D를 하고 싶다. 둘 다 매력이 있는 것 같은데 3D는 소재 제한이 있는 것 같다. 대신 2D는 그리는 재미가 있고. 옛날엔 그림도 진짜 못 그렸는데 이젠 재미있는 것 같다. 또 내가 컴퓨터 앞에 앉는 걸 본질적으로 싫어한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