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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타는 방송사, 그 속내를 읽는다
구혜진 2008-04-10

4월 지상파 3사 대대적인 개편 단행, 아나테이너 열풍 식은 게 가장 큰 특징

KBS <사이다>

방송사는 계절을 타는 조직이다. 지상파 3사는 4월 한달여에 걸쳐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한다. ‘시청률 무한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요즘 같아서야 프로그램이 피고 지는 데 딱히 철을 가리겠는가마는 개편은 방송가의 공식 중간점검이라 들여다보면 그들의 ‘속내’가 읽힌다.

이번 봄개편에서 주목할 부분은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아나테이너’(아나운서와 엔터테이너의 합성어) 열풍이 사그라진 점이다. 아나운서 4명이 진행하던 MBC <지피지기>는 시청률 부진을 겪다 이번에 폐지됐다. KBS <상상플러스>는 시즌2로 재도약을 노리면서 아나운서 카드를 버리고 이효리에게 그 자리를 넘겼다. ‘아나테이너’의 진원지라 할 수 있는 <상상플러스>는 노현정, 백승주, 최송현 등 여러 명의 스타 아나운서를 배출한 프로그램이다. 이번 개편을 두고 일각에서는 ‘아나테이너의 종말’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아직 단정하기엔 이르다. MBC 아나운서 6명이 공동진행하는 <네버엔딩 스토리>와 KBS 아나운서 4명이 호흡을 맞추는 <사미인곡>은 오롯이 살아남았다. 연예인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감초’ 역할을 하느니 말랑말랑한 교양물에 스타급 아나운서들을 전면 배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듯싶다.

개편 시기 가장 부침이 심한 분야는 시청률에 민감하면서도 드라마와 달리 ‘시리즈’ 개념이 없는 쇼·오락 프로그램이다. MBC는 <명랑히어로> <브레인 배틀>을 새롭게 선보이고, KBS는 <대결! 노래가 좋다> <사이다> <신동엽 신봉선의 샴페인> 등을 신설했다. 새 프로그램들은 여러 명의 진행자를 내세운 토크쇼 형태가 많고, 퀴즈나 노래대결 등 전통적으로 인기있는 대결 형식을 차용했다. 대진 운을 꾀해 MBC <놀러와>와 <개그야>는 각각 월요일과 금요일 밤으로 옮겨 각각 KBS <미녀들의 수다>와 <VJ 특공대> 견제에 나선다. 게임의 ‘말’을 바꾼 경우도 있다. MBC는 <개그야>에 KBS <개그콘서트>의 박준형, 정종철, SBS <웃찾사>의 ‘리마리오’ 이상훈을 영입했고, SBS는 장수 예능프로그램인 <도전 1000곡>의 진행자를 타사 출연이 더 잦았던 이휘재와 정형돈으로 교체해 이름도 <도전 1000곡 한소절 노래방>으로 바꾼다.

KBS는 이번 개편으로 꽤 진통을 겪었다. KBS <드라마시티>는 지난해 MBC <베스트극장>이 폐지된 뒤 단 하나 남은 단막극이었지만 이번에 폐지돼 ‘단막극의 종말’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웠다. KBS PD협회와 한국방송작가협회 등 관련 단체들은 3월 말 단체 성명서를 발표하며 거세게 항의했지만, 결국 KBS쪽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이 같은 배경에 대해 지난 4월1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미래 성장동력 드라마산업 현황과 과제’ 세미나에 참석한 이강현 KBS 드라마 기획팀 선임 PD는 “<드라마시티>에는 평균 회당 6500만원이 들어가는데, 인건비 상승 등으로 제작비의 125% 이상이 초과됐다”며 “그에 비해 광고비 수익은 편당 2천만∼3천만원밖에 되지 않아 계속 적자였다”고 말했다. KBS는 같은 이유로 <대왕세종>을 KBS2로 옮기는 등 ‘수익성’에 무게를 둔 편성을 선보였는데, 수신료 수익을 대체하기 위해 KBS2를 더 ‘화끈한’ 채널로 만들겠다는 KBS의 야심이 이쯤에서 끝나지는 않으리라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