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안방에 ‘야하고 무서운’ 케이블 드라마가 쏟아진다. 영화채널 OCN은 지난 3월28일 드라마 <유혹의 기술>(금요일 밤 11시)을 선보인 데 이어 인기 시리즈 <메디컬 기방 영화관>의 두 번째 시즌 <경성기방 영화관>을 준비 중이다. 슈퍼액션은 4월3일 <도시괴담 데자뷰3>(목요일 밤 12시)를 첫 방영하고, 4월8일에는 이채널에서 제작한 공포드라마 시리즈 <기담전설>(화요일 밤 12시)이 시작된다. tvN에서 방영 중인 <막돼먹은 영애씨3>를 포함해, 케이블은 유례없는 ‘자체 제작 드라마 풍년’을 맞았다. 지난해 <직장연애사> <막돼먹은 영애씨> <별순검> 등이 대중적 인지도나 만듦새 면에서 성공적이라는 평을 받으면서 방송사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제작에 나선 결과다.
방송을 앞둔 드라마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지상파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소재를 다루고 표현도 과감하다. 연애에 소질없는 소심한 남자가 ‘작업’의 고수에게 필살기를 전수받아 ‘선수’로 변모하는 과정을 다룬 <유혹의 기술>에선, 이성을 유혹하기 위한 갖가지 꼼수들이 노골적으로 묘사된다. <경성기방 영화관>은 1920년대 경성을 무대로 막 자유연애에 눈뜬 모던보이·걸들의 분방한 성담론을 펼쳐보인다. <도시괴담 데자뷰3>와 <기담전설>은 지상파에선 여름철 시즌 상품인 공포드라마를 사계절 연중 상영물로 바꿔내겠다는 야심으로 출발했다.
최소 16부작인 지상파 드라마와 달리 형식도 제각각이다. <유혹의 기술>은 4부작, <도시괴담 데자뷰3>는 8부작, <기담전설>은 10부작이다. 특히 <기담전설>은 열명의 감독이 각기 다른 소재로 만든 공포드라마 10편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방송할 예정이어서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온미디어 정광용 제작국장은 “OCN에서 소재와 형식, 캐스팅 면에서 지상파와 비슷한 <썸데이> 등을 만들어봤지만 별로 성과가 없었다”면서 “각 방송사들이 지난 몇년간의 시행착오를 통해 케이블에 걸맞은 소재와 형식, 제작 방식을 터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케이블 드라마는 한회 방영해보고 괜찮으면 4부작도 해보고, 반응이 좋으면 시즌제 드라마로 확대할 수도 있기 때문에 무엇이든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제작 인력도 지상파 드라마들과는 사뭇 다르다. 해당 장르나 소재에 관심있는 충무로 영화감독과 조감독 혹은 지상파 비드라마 출신 PD들이 메가폰을 잡는다. <유혹의 기술> 심세윤 감독과 <기담전설> 남기웅·민준기 감독은 충무로 출신이고, <도시괴담 데자뷰3>의 민두식 감독은 예능프로그램 PD 이력을 갖고 있다. <기담전설> 이수정 감독은 다큐멘터리를 주로 만들었다. 정광용 국장은 “최근 영화쪽 인력들의 제작 참여가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케이블 드라마의 품새가 결코 ‘쌈마이’는 아니라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배우나 연출 인력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것도 예전과는 다른 흐름”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