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추상표현주의의 대가 잭슨 폴록의 작업광경이다. 영화는 40년대 폴록의 작품경향의 변화를 비교적 충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에드 해리스가 그려내는 작품은 놀랄 만큼 폴록의 그것과 닮아 있다. 또한 우리는 영화 속에서 에드 해리스가 아주 실감나게 폴록의 작업광경을 재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폴락>에서 주로 초점이 맞추어지는 인물이 잭슨 폴록과 그의 아내 리 크래스너이기는 하지만 영화 속에는 당대 실존했던 미술계 인사들이 상당수 등장한다. 영화 속에서 이들이 묘사되는 방식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먼저 화가 폴록을 미국 추상표현주의의 중요한 인물로 부각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는 비평가 클레멘트 그린버그(제프리 탬버)가 있다. 1947년에 그가 쓴 글 <미국 회화와 조각의 전망>은 뉴욕화파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도록 하는 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 <폴락>에서 그는 뚱뚱하고 다소 거만한 인물로 묘사되며 폴록의 명성을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잭슨 폴록과 함께 추상표현주의의 제스처 페인팅 경향의 대표자 중의 하나였던 네덜란드 출신 화가 윌렘 드 쿠닝 역은 발 킬머가 맡았다. 영화 속에서 폴록은 그를 경쟁상대로 여기며 자신의 처지와는 반대로 점점 명성을 얻어가는 그를 시기한다. 하지만 그는 전시회에서 폴록이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말하면서 재능을 평가해주기도 하는 등 너그러운 마음씨의 소유자이다. 그외, 추상화가 프란츠 클라인(톰 맥귀네스), 비평가 해롤드 로젠버그(존 로트만)- 폴록과 같은 화가들의 작업에 ‘액션 페인팅’이라는 명칭을 붙여준 바로 그 인물- 등도 잠깐씩 얼굴을 비춘다. 성적으로 문란하고 신경질적인 여인으로 묘사된 페기 구겐하임(에이미 매디건)도 주목할 만한 인물이다. 그녀는 솔로몬 구겐하임- 구겐하임 미술관의 설립자- 의 상속녀로 1943년에 그녀가 살고 있던 아파트 벽면을 장식할 벽화를 폴록에게 의뢰하기도 했다( <폴락>은 이 벽화의 제작과정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이 그림은 마감 직전, 단 하룻밤 사이에 완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린버그가 폴록을 알게 된 것도 그녀의 ‘금세기 화랑’의 전시회에서였다.▶ <개봉작> 폴락
▶ 실존 인물, 폴록과 그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