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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왕국을 까발리다

자기 반영적인 소재인 TV드라마 속 세계를 중심축으로 삼은 SBS <온에어>

거개의 스타들이 그러하듯 꿈을 파는 이들은 나름의 포커페이스를 머금은 채 산다. 요즘 방송가에 아무리 스타가 투명한 유리가면을 장착하는 게 유행하고 있다지만 막상 매니저와 쌍소리를 주고받는 두툴두툴한 원석의 상태까지 목격하면 ‘깬다’는 소리를 듣고 말 것이다. 멋지게 세공된 완성품이 탄생하기까지의 퀴퀴한 백스테이지는 궁금하지만 봉인의 상태로 남겨두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SBS 수목드라마 <온에어>는 콧대 높은 스타, 작가, PD들이 위태로운 밸런스를 유지하는 꿈의 공장에 푹 들어가보겠다고 작정했다. 그 나물에 그 밥인 선남선녀의 애정행각으로 위기에 빠진 드라마 왕국의 속을 까발려 반성하겠노라고 이를 악문 다짐도 기획의도에 곁들였다. 그 세계의 주체이자 관찰자이며 한편으로는 위기의 조력자였을지도 모를 분야별 쟁쟁한 선수들이 모여 제 머리를 깎겠다는 것은 ‘과연?’ 하며 등을 바로 세워볼 만한 거리다.

<온에어>는 지난 3월5일 첫회부터 화끈하게 ‘온에어’됐다. 지난해 연말 박신양과 김희애에게 공동대상의 영예를 선사한 그 현장에서 촬영한 이 드라마의 도입부는 아이러니하게도 ‘국민요정’ 오승아(김하늘)가 연기대상의 공동수상을 거부하는 대목이었다. 대기실 속 오승아의 모습은 더 ‘핫’했다. ‘연기파 배우한테 주자니 100회나 계약이 남은 오승아가 지랄을 할 테고, 오승아한테 주자니 시청자가 지랄을 하겠고, 나눠먹고 떨어져라, 그거 아냐’라며 면도날 같은 상황 인식과 통제 불가능의 설정을 엿보였다. 한쪽에서는 한술 더 뜨는 스타작가도 있다. 회당 2천만원의 고료를 자랑하고 차기작으로 여자의 복수극을 준비 중인 서영은 작가(송윤아)는 신경질, 호들갑 등을 오가며 매사에 펄떡거린다. 시청자의 욕과 인기가 비례함을 터득한 그는 CF전문으로 경멸하는 오승아를 주인공으로 모셔오려는 PD와 대립하다 근사한 해외리조트로 잠수를 타버렸다.

과장, 희화화, 단순화 등으로 일단 기초적인 재미를 좇은 <온에어>는 얼굴에 분칠한 사람은 믿지 말라더라와 같은 업계의 상투어를 왕왕 내뱉어서가 아니라, 비위에 거슬리면 발끈하고 내키지 않으면 관둬버리는 두 여주인공의 유아적인 독선 캐릭터 덕에 초반에 리얼한 엿보기의 흥미로움을 얻었다. 가식적인 정치가 난무하는 반면, 스타라 불리는 영원한 소년 소녀들의 솔직한 막무가내가 때로는 귀엽게, 때로는 징글맞게 통용되는 곳이 연예계라는 것만큼은 잘 간파하고 있는 것 같다.

애초부터 방송사에서 연애하는 얘기는 지양한다고 못 박은 이 드라마의 앞길은 상업적인 스타시스템에 길들여진 두 여성의 진정성 찾기에 포커스를 가할 전망이다. 서영은 작가는 까칠한 PD(박용하)를 만나 소싯적의 순수성을 찾을 것 같고, 오승아는 휴머니즘파 매니저(이범수)와 조력해 연기력에 대한 열등감을 벗어던질 것 같다. 결국 <온에어>는 보편적이고 바람직한 답안을 향해 달리는 노선을 택한 듯 보인다.

스타라는 이름의 각종 권력이 시스템화돼 주제 파악할 겨를도 없이 상업적인 연대를 가속화하고 있는 오늘의 방송가에서 과거의 미덕을 찾는 이 ‘TV속 TV’의 주인공들이 얼마나 자극적인 반성의 거울 역을 담당할지 궁금하다. 또 그들의 여정이 재벌 2세와 서민 ‘애기’가, 대통령의 딸과 경찰이, 건달과 여의사가 ‘연인’이 되는 그럴듯한 낭만적 꿈꾸기와 얼마만큼 다를지도 지켜보고 싶다. 얼핏 그 나물에 그 밥 같아 보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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