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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2% 부족한 그들만의 하이틴드라마

패션과 첨단 장비로 무장했지만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데 실패한 <가십 걸>

채널 온스타일 방송 월·화 밤 11시

<가십 걸>의 주인공들

미드계의 한 장르로 이른바 ‘틴드라마’가 있다. 그중에서도 명문학교를 배경으로 상류층 학생들의 사생활을 관음증에 기반한 시선에서 다룬 미드들은 가끔씩 폭발적인 시청률을 만들어내 화제가 되어왔다. 1990년의 대히트작 <베벌리힐스의 아이들>(Beverly Hills, 90210)이 가장 대표적인 예일 것이고, ‘제2의 <베벌리힐스의 아이들>’이라 불렸던 2003년작 <O.C.>도 그런 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의 최상류층 고교생들 이야기를 다뤘던 <O.C.>는 2003년 8월 방영 이후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하이틴드라마의 부활을 공식화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시즌이 거듭될수록 초기의 긍정적인 평가를 다 이어가지 못하고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자 2007년 초 시즌4를 끝으로 <O.C.>는 막을 내렸다.

그런 성공과 실패를 동시에 경험한 <O.C.>의 제작자 존 슈와르츠가 와신상담하며 준비해 2007년 9월 미국에서 방영을 시작한 작품이 바로 이번에 국내에서 방영이 시작된 <가십 걸>이다. 짧은 기간에 유사한 장르로의 컴백이기 때문에 차별화해야 한다는 부담을 덜기 위해 존 슈와르츠가 동원한 아이디어들은 다양했다. 우선 과감하게 iTunes에서 첫 번째 에피소드를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게 함으로써 10대를 중심으로 하는 시청자 사이에 호응을 이끌어내면서 동시에 기존 TV방영 이외의 새로운 배급 채널로의 확대 가능성을 실험했다.

그리고 드라마 전면에 기존 틴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첨단 장비와 패션을 내세운 것도 또 다른 승부수였다. 우선 첨단 장비 면에서 살펴보면 <가십 걸>에서 인터넷과 휴대폰은 단지 소품이 아닌 드라마의 중요한 흐름을 잡아내는 도구로 등장한다. 정체 불명의 ‘가십 걸’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등장인물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시시콜콜한 가십들을 올리고, 그 가십들이 등장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휴대폰에 실시간 업데이트되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다. 더욱이 등장인물 누구나 자신들이 얻은 최신 가십과 증거용 이미지 사진들을 가차없이 가십 걸의 사이트에 올리고 공유하는 설정은, 드라마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려 시청자들의 흥미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무대가 뉴욕인 만큼 역시 <가십 걸>의 제작진들은 패션에 더 큰 방점을 찍었다. 친구이자 라이벌인 여주인공 ‘세리나’와 ‘블레어’의 경우, 극중 이름보다 ‘S’와 ‘B’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공공연한 패셔니스타로 그려진 것. 제작진들의 의도에 따라 상반된 스타일을 가진 것으로 설정된 두 주인공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구두와 가방 그리고 다양한 길이와 스타일의 치마를 보여준다. 거기에 주변의 다른 여학생들은 물론 남학생들도 수많은 스카프, 벨트, 모자, 가방들로 뒤덮여 그들이 교복을 입고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하게 만들 정도이다.

하지만 그런 새로운 시도들에도 <가십 걸>은 2%쯤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핵심 차별화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패션에서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이라는 등장인물들의 한계 때문에 <섹스 & 시티>나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보여준 현란한 패션에 길들여진 시청자를 만족시키기 어려웠던 것이다. 더불어 상류층 학생들이 ‘눈 가리고 아웅’식의 예쁜 일탈을 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점수를 갉아먹는 요소였다. 태생과 지향점이 다르긴 하지만, 영국 틴 드라마 <스킨스>가 ‘막장’ 내용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비판이다.

결국 그런 이유로 <가십 걸>은 시청률이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1% 중반대를 기록하면서 <O.C.>와는 대조적으로 실패작이라는 평가가 초반부터 조심스럽게 내려지고 있다. 다행히 지난 3월3일 방송사인 CW에서 제작진들에 대한 신뢰를 보내며 시즌2가 제작될 것이라는 발표를 하기는 했으나, 새로운 시즌에서는 패션과 첨단 장비로 무장한 드라마 속의 십대들이 아닌 현실 속의 십대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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