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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목도한 인간의 가장 정직한 표정, <마이클 클레이튼>

KBS1 3월9일(일) 밤 12시50분

<마이클 클레이튼>의 주인공은 마이클 클레이튼이지만, 영화의 시작과 함께 드러난 그는 불의의 중심에 있거나 정의의 중심에 있는 대신 그 사이에서 최대한 존재감없이 존재하는 자이다. 그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이지만, 소송팀에 속하지 못하고 회사와 관련된 음지의 일들을 은폐하고 처리해주는 일을 도맡고 있다. 게다가 그는 빚더미에 앉은 이혼남으로 사생활 역시 피폐하다. 그러던 어느 날, 진실을 폭로하려던 절친한 동료 변호사가 괴로워하던 끝에 의문의 죽임을 맞이하자, 마이클은 더이상 썩어가는 우물처럼 살 수 없음을 깨닫는다. 영화는 뒤이은 마이클의 행동을 진실에 맞서는 정의감으로, 보잘것없는 남자의 영웅으로의 환골탈태로 포장하지는 않는다. 그는 다만 더이상 뒤로 물러설 곳이 없는 벼랑 끝에서 이제는 적어도 (사람처럼) 살기 위하여 현실과 대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본 시리즈의 각본가로 유명한 토니 길로이가 각본을 쓰고 연출한 <마이클 클레이튼>의 내용은 우리의 예상을 비껴가지 않는다. 거대 조직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거듭하는 소시민의 이야기는 할리우드의 익숙한 주제다. 하지만 이 영화가 조금 다르게 다가오는 건 마이클 클레이튼이 거대 음모와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인간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목숨마저 버리겠다고 각오를 다지는 자도 아니다. 곪아가는 자신의 삶에 마지막으로 주어진 기회를 차마 놓칠 수 없는, 세상은 구하지 못해도 자신을 구하고 싶어하는 어느 중년의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 그래서 아직은 남겨진 삶의 의지를 모두 꺼내어 음모의 주체와 마지막 게임을 벌인 뒤, 택시를 탄 마이클의 얼굴은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하고 싶은 부분이다. 50달러만큼의 드라이브를 요청하고 침묵하는 그의 표정은 승리자의 것도, 패배자의 것도 아니라, 진실에 한 걸음 다가섰음에도 여전히 삶의 고단함을 감추지 못하는 자의 것이다. 더러운 음모의 그물에서 마침내 빠져나와 진실을 본 것 같지만, 여전히 스스로를 확신할 수 없는 자의 모호한 표정에는 두려운 떨림이 있다. 그것은 단순히 진실한 표정이 아니라, 진실의 무거움을 대면하고 만 유약한 인간의 가장 정직한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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