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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 “영화의 친구로 남고 싶어요”
심은하 사진 서지형(스틸기사) 2008-03-04

10주년 맞은 <신지혜의 영화음악> 진행자, 신지혜 아나운서

매일 오전 11시 영화음악으로 말 걸어오는 오랜 벗이 있다. CBS 음악 FM(93.9Mhz) <신지혜의 영화음악>(이하 <신영음>)의 신지혜 아나운서다. <신영음>이 지난 2월2일로 10주년을 맞았다.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음악 36곡을 모아 기념음반도 냈다. 수년을 들어온 청취자로서 그녀가 보고 싶었다. 2시간 가까이 1초의 끊김도 없이 이어진 대화에서 <신영음>의 10년간의 고집과 아직도 더 태울 것이 남아 있는 영화친구, 신지혜의 열정을 보았다.

-<신영음>의 진행자로서 10년간의 방송을 정리한다면요. =1998년 2월2일 그날의 느낌과 분위기가 아직도 생생해요. 아나운서로 1인 제작시스템이 처음엔 너무 낯설었지만 연애하는 기분으로 해왔어요. 그랬더니 아이디어도 술술 떠오르고. 무엇보다 청취자들의 애정이 가장 큰 힘이었지요.

-입사하고 얼마 안 돼 영화음악과 인연을 맺었어요. =대학 때 방송기자였는데 그때부터 아나운서가 꿈이었어요. 영화는 중학생 때부터 좋아했고요. 94년 입사했는데 95년에 음악 FM이 생겼어요. 영화 이야기만 나오면 눈이 말똥말똥해지니까 선배들이 저보고 해보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1년을 일요일 저녁에 2시간 동안 <시네마천국>을 진행하다가, 96년 가을 데일리 방송으로 바뀌고 오정해, 추상미씨를 거쳐 98년 2월부터 제가 하게 됐어요.

-<신영음>의 청취자들도 10년간 많이 변했을 것 같은데요. 4월 봄 개편도 앞두고 있고요. =방송 초창기 파란하늘 은하수라는 청취자는 아침마다 A4용지로 3~4장 분량을 예쁘게 꾸며서 팩스로 영화음악을 신청하는 거예요. 그땐 빨려들어가는 뭔가가 있었어요. 1998~2000년에 진행한 감독, 배우, 영화음악가 소개 코너도 반응이 좋았어요.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요. 영화음악이 생활 속의 비지엠 같다고 할까요. 신청도 주로 모바일과 레인보우 게시판으로 하죠. 대신 반응이 바로바로 올라와요. 뭐가 더 좋다, 나쁘다를 떠나 하나의 추세인 거 같아요. 예전에 한 청취자가 “<신영음>은 <씨네21>이다”라고 정의를 내려준 적이 있어요. 너무 어렵지 않고 너무 대중적이지도 않은 존재란 뜻이래요. 지난해 가을 개편 때 PD가 합류한 것도 대중에게 좀더 가까이 가고자 변화를 준 거예요. 청취자의 말처럼 반 발짝만 앞서가려고요. 그래서 2년 전부터 청취자 사연 중심으로 코너 하나를 넣어 진행하고 있어요. 4월 개편 때에도 이 원칙에는 크게 변화가 없을 거 같고요.

-아무래도 영화음악 시장이 예전과 다르게 축소됐는데요. 프로그램 진행에도 영향이 많죠. =워낙 음반시장이 불황이다보니 사운드트랙 제작 자체가 소모적인 일이 되고 있어요. 많이 안타깝죠. 소스가 많아야 청취자들이 신청하는 곡을 들려주기 좋은데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어요. 그래서 시사회 때 이 음악이다 싶으면 자막 올라갈 때 메모를 해놔요. 그래서 인트로나 삽입곡의 앨범을 찾아 청취자들에게 소개를 하곤 하죠.

-최근에 본 영화 중에서 추천할 만한 영화음악은요. =<어톤먼트> 너무 좋더라고요. 영화도 잘 나왔지만 오피닝부터 영화음악이 아주 독특해요.

-<신영음> 영화제에서 오시이 마모루와 이병우, 조성우를 소개했는데요. 많은 사람들 중에서 그들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소개한 음악감독들의 음반들도 꽤 수집했을 것 같은데요. =개인적으로 아니메 팬이에요. 특히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를 비디오로 보고 시쳇말로 ‘뻑’ 갔어요. 96년 부산영화제에서 상영한다기에 날아가서 또 봤지요. 일이 되려니 갑자기 오후 방송이 취소되서 하루 짬내 영화 5편 보고 다음날 출근했어요. 그땐 영화가 너무 고파서 그렇게 안 하면 죽을 거 같을 때였거든요. 1999~2000년 월말특집으로 진행한 ‘한국의 영화음악, 한국의 영화음악가’ 코너에서 조성우과 이병우 감독님의 영화음악을 처음 소개했어요. 그때만 해도 한국 영화음악이란 게 거의 없었잖아요. 두분의 음악을 듣고 한국 영화음악의 성장과 가능성에 놀랐어요. 수집 음반은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얼마 전에 10주년 기념음반이 나왔어요. <신영음>의 ‘소통’이란 모토와 잘 어울리는 곡들로 선곡했는데, <신영음> 하면 한국 영화음악을 빼놓을 수 없잖아요? 그런데 이번 앨범에 한곡도 수록되지 않아서 아쉬웠어요. =5주년 때 음반을 준비했다가 음원문제 때문에 엎어진 적이 었어요. 지난해 가을 개편 때 10주년 때는 꼭 하자고 얘기가 다시 나왔고. 때마침 워너에서 컴플레이션 영화음악 음반을 준비 중이어서 손잡게 됐어요. 제일 복잡한 음원문제를 워너에서 해결해주니 진행이 순조로웠고요. 잘 알려지고 듣기 편한 곡 위주로 선곡했어요. 개인적으로 <블레이드 러너>를 꼭 넣고 싶었는데, 음원문제가 걸렸죠. 반젤리스 음악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개인적으로 최고의 영화, 최고의 음반으로 <블레이드 러너>를 꼽아요. 한국 영화음악이 빠진 것도 역시나 음원문제 때문이에요. 워너가 가지고 있는 음원에서 찾다보니….

-재킷 디자인이 재밌어요. 피아노 치는 남자와 아이가 그려진 표지도 영화 속 장면인가요. =하하… 어렵죠? 꼬마는 해리 포터예요. 해리 안경 보이시죠. (웃음) 어른은 <카사블랑카>의 험프리 보가트고요. 나비 넥타이를 잘 봐주세요. (웃음) 처음에 시그널에 맞춰 <일 포스티노> 장면으로 갔다가 너무 서정적인 풍경이라 모를 거 같아서 PD가 소개해준 일러스트레이터가 재밌는 표지로 갔어요.

-다른 행사 계획은 없나요? 30대를 <신영음>에 올인했는데 그냥 보내기엔 아쉽잖아요. =건강까지도 쏟아부었죠. (웃음) 10주년 기념 콘서트를 계획 중이에요. 아주 더워지기 전인 5~6월에는 열려고 해요. 주변에서 책도 내보라고 부추겨요. 올해 안에 써볼까 살짝 고민 중이에요. (웃음)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영화란, 영화음악이란 무엇인가요. =친구 같아요. 1시간 동안 위로받고 편하게 쉬었다 가는 페르메타(느낌표) 같은. 앞으로도 영화의 친구, 영화음악의 친구, 청취자의 친구로 <신영음>이 남았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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