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스타 따위는 필요없어’를 외치는 예능프로그램의 쩌렁쩌렁한 육성에 이효리도 맞장구를 쳤다.

지난 2월17일 SBS 일요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의 신설코너 ‘체인지’에 주인공으로 출동한 그가 초장부터 강도 높은 총알을 쏘며 스타들의 예능계 ‘쌩얼’ 투신기에 한줄을 보탰다.

<일요일이 좋다>의 신설코너 ‘체인지’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비포 버전’으로 육중하게 변신해 사유(私有)의 공간까지 누빈 이효리는 잘록한 허리의 육체미 대신 털털한 인간미를 작렬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뚱녀 체인지를 위한 특수분장에 돌입하기 전부터 잠에서 깨자마자 방송사에 왔다며 화장기 없는 얼굴을 버젓이 드러냈다. 지상파를 타고 만천하에 까발려진, ‘그럼에도 예쁜 그의 얼굴’은 무방비의 ‘직찍 사진’으로 스타들의 진정한 외모를 가늠하겠다는 네티즌의 발굴 열정을 부질없게 만들었다. 이효리는 변신 전이었으면 아찔한 방송사고감이었을, 바지 흘러내리는 신도 뚱뚱하게 체인지했기 때문에 괜찮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연발했다. 그 뿐인가, 제작진이 이효리 카드를 야심차게 내세우면서 ‘뭔가 폭탄 한방이 없을까’를 고민한 결과인 최초의 가족공개도 허했다. <무한도전>에서 하하의 어머니 등을 익히 봐왔고, 멋진 인테리어를 곁들인 스타의 안방 공개도 여기저기서 심심치 않게 활용되는 아이템인 터라 이효리의 가족과 집을 확인한다는 게 두근두근 가슴을 부풀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집 앞에 주차돼 있는 부친의 자동차를 적시해 ‘내가 사준 것임’을 자발적으로 보고하는가 하면, ‘언니들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바가지로 얻어맞았다’는 자매의 일화도 실토하도록 먼저 유도한 이효리의 적극적인 솔직함은 제법 파괴력을 보였다.

이효리는 프리이빗 영역의 최전선인 가족마저 만인의 광장에 초대해 스타에 대한 울타리를 허물었다. 또, 스타 못지않게 인간미가 넘실거리는 가족을 통해 솔직하고 털털하며 당당한 특유의 캐릭터에 핏줄이라는 탄탄한 근거마저 제공했다.

프로그램 전체에 소폭의 시청률 상승세도 선사한 ‘체인지’는 발상전환프로젝트로서 하루 동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돼 겪는 특별한 체험기를 다루겠다는 의도를 내세우고 있다. 20자의 골자만 본다면 스타가, 스타가 아닌 다른 삶을 살면서 맞닥뜨리는 뜻밖의 해프닝, 세간의 시선에 도사린 모순, 편견 등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게 터질 것 같다. 그런데 일단 첫회에서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잠정 폐기처분한 ‘몰래카메라’까지 동원해 이효리의 ‘체인지’와 그것에 대한 주변의 ‘깜짝 놀랐어요’ 반응만 주목했지 ‘소 왓’(so what?)에 해당하는 치밀한 짜임새와 취재의 결과를 펼쳐내지는 못했다. 이효리를 품은 황송함이 넘쳐서였는지, ‘언제나 솔직하고 당당한 최고의 섹시스타!’라는 구태의연한 사족의 자막을 반복해 상찬하는 과도한 친절함도 부렸다. <체인지>가 연속적인 화제성과 재미를 장전한 킬러 코너로 자리잡을지는 아직 반신반의다.

다만, 스타에 대해 가능하면 많이 알고 싶은 정보욕을 압도한 이효리의 ‘아낌없는 리얼리티 만찬’은 요즘 예능가의 경향을 온몸으로 증명한 흥미로운 단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