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인터뷰는 <LA타임스> <가디언> <타임> 등 외신에 실린 인터뷰를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대사 하나까지 원작에 충실했다. 어떤 식으로 각색이 이뤄졌나. =(조엘 코언) 정말 둘이 꼭 필요한 일이었다. 한명이 책을 잡고, 다른 한명이 타이핑을 해야 했으니까. (에단 코언) 페이퍼백은 정말이지 똑바로 펼쳐지지 않는단 말이다. 하하. (조엘) 코맥 매카시의 고유한 목소리를 보존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각색이라기보다는 편집에 가까웠다. 문학적인 걸 영화적인 것으로 바꾸고, 무엇을 포함시키고 뺄 것인가를 결정하는. 플롯과 캐릭터를 개발하는 게 아니라 매번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식이었다. 중심인물이 갑자기 죽어서 사라져버리는 것 등은 우리가 꼭 지키려고 했다. 단순히 원작에 존경을 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이 이야기에서 재미있게 여기는 부분을 지키고 싶었다. (에단) 책을 읽고 각색하면서 코맥을 만난 적도 없었다. 촬영장 근처에 살고 있던 코맥이 한두 차례 세트를 방문했을 뿐이다. (조엘) 각색 영화의 좋은 점은, 우리가 직접 이야기를 만들 때와 달리 그간 만나지 못했던 배우를 캐스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개의 경우 우리는 특정 배우를 염두에두고 작업을 했으니까.
-영화에서 서로 만나지 않는 세 캐릭터의 조화가 관건이었을 것 같다. 어떻게 캐스팅이 이뤄졌나. =(에단) 가장 먼저 캐스팅된 건 보안관 벨 역의 토미 리 존스였다. 소설은 벨의 1인칭 시점에서 진행된다. (조엘) 벨은 영화의 주연에 해당하는데, 그는 뿌리부터 텍사스인이다. 토미 역시 텍사스에서 태어난 토박이라서 기질 면에서 잘 어울렸다. (에단) 게다가 소설과 영화 속 유머의 대부분은 그에게서 비롯된다. (조엘) 토미 자체가 매우 점잖은 사람이다. 하지만 늘 무섭게 보이길 원한다. 하하. (조엘) 그 정도 나이의 배우 중에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사람은 정말정말 드물다. (에단) 토미는, 우리가 자신을 엄청나게 늙었다는 이유로 캐스팅했다고 말하는 걸 좋아한다. 하하. (조엘) 그래도 언젠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하더라. “사실 난 59살밖에 안 됐다니까.” (웃음) 두 번째는 안톤 쉬거 역의 하비에르 바르뎀이었는데, 쉬거는 소설에서도 어디 출신인지 도저히 알 수 없도록 묘사되어 있다. 유머감각이 완전히 결여된 캐릭터인 건 확실하지만. (에단) 아마도 그는 정착하지 않는 사람일 거다. 특히 텍사스 지역 출신은 아니고. 어쨌거나 하비에르는 서부 텍사스 사람은 아니니까. 그러고 나니까, 그처럼 어마어마한 두 배우와 함께 연기할 마지막 한명을 찾는 게 꽤 힘든 일임을 깨달았다. 기준이 너무 높아져버린 거다. (조엘) 소설 속 모스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사이에 있는 인물이다. (에단) 우연히 돈가방을 챙기기로 경솔하게 결정한 사람으로 영화에서 내내 추격자를 피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인물이다. 액션의 중심이다. (조엘) 조시 브롤린 전에 만난 배우들은 모두 맘에 들지 않았다. 토미와 하비에르와 함께 풍경의 일부를 이루면서 동등한 무게를 지닐 만한, 조시 같은 배우를 발견하지 못했으면 모두 엉망이 됐을 거다.
-모스의 부인을 연기한 켈리 맥도널드는 스코틀랜드 출신이다. =(조엘) 캐스팅 디렉터가 “정말 훌륭한 스코틀랜드가 오디션을 보고 싶어한다”기에, “웬 스코틀랜드?!”라며 만나지도 않으려고 했다. 게다가 켈리가 처음 방에 들어와서 말을 하는데 글래스고 사투리가 얼마나 생생하던지, “절대로 같이 작업할 수 없겠군”이라고 마음을 굳히고 있었는데, 갑자기 완벽한 텍사스 사투리를 구사하기 시작했다.
-영화의 엔딩은 소설을 그대로 따른 것이지만 상당히 독특하다. 처음부터 아무런 고민없이 이런 결말을 그대로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했나. =(조엘) 그렇다. 우리가 소설에서 흥미롭다고 생각했던 것들 대부분은 영화에서 더욱 극적으로 드러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쨌거나 ‘세상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코맥이 쓴 이야기의 주제가 매우 흥미로웠다. ‘이게 바로 세상이고, 아무것도 새로울 건 없다’는 느낌. 소설의 배경인 1980년은 국경을 넘나드는 마약전쟁이 아주 폭력적인 국면으로 접어들던 시대다. (에단) 프로듀서 스콧 루딘이 이 책이 출판되기도 전에 우리에게 보내줬을 때 우린 이미 코맥의 다른 소설을 읽고 열광한 상태였다. (조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이런 종류의 이야기에 대해 갖는 평범한 기대를 절대로 충족시키지 않으면서 매우 특별한 방식으로 장르를 차용한 소설이다. 그리고 유머도 훌륭하다. 물론 우리가 이걸 유머러스하다고 부르긴 힘들겠지만. 어쨌거나 피가 낭자한 폭력적인 소설이고, 그러다보니 영화 역시 우리 영화 중에서 가장 폭력적인 영화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보니 대체 그간 영화에서 몇 마리의 동물을 죽인 건가. =(조엘) 오… 많다. (에단) 음.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의 소들이랑… (조엘) 거기서는 한두 마리 정도. 이번 영화에서는 토끼랑 도마뱀이랑 개를 날려버렸고. (에단) 흐흐. 우린 정말 많은 동물을 죽였군!
-이 영화에서는 헤엄까지 치면서 모스를 쫓던 개가 모스에게 달려드는 순간 죽여버리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조엘) 그 개는 정말 무서웠다. (에단) 트레이너가 작은 오렌지빛 장난감을 보여주면 침을 흘리면서 흥분해서는 그걸 얻으려고 별짓을 다하도록 훈련된 개였다. 조시는 테이크마다 그걸 개한테 보여주고는 자기 바지에 넣고 강물에 뛰어드는데…. (조엘) 얼마나 빨리 헤엄칠 수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그 개가 조시를 따라서 강에 뛰어들고…. (에단) 흠뻑 젖은 채로 강에서 나온 조시는 자기 바짓가랑이에서 장난감을 빼버리고. 조시는 강물 안에서 “맙소사, 지금 내가 뭘 하는 거지? 나는 배우란 말이야!”라고 중얼거렸다더라. (웃음)
-소설과 거의 같은 지역에서 촬영했다. =(조엘) 소설 자체가 풍경을 강조하지 않으면 이야기할 수 없는 내용이다. 이야기를 이해하고, 이야기를 전달하고, 캐릭터를 구체화하는 데도 중요하다. 코맥은 일종의 박물지처럼 소설을 쓰는데, 로케이션은 그 자체로 캐릭터다. 마치 동식물이 환경에 영향을 받듯 어떤 지역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는 뜻이다. 텍사스는 폭력과 황량한 역사의 땅이다.
-누군가는 이 영화를 부시 시대 미국에 대한 은유로 읽던데. =(에단) 원작 소설이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조엘) 영화를 만들거나 이야기를 만들 때 그런 건 별로 고려하지 않는다.
-그간 조엘은 프로듀서로, 에단은 감독으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다가, 감독조합이 공동연출을 인정하게 되면서, 몇년 전부터 공동감독, 공동프로듀서로 크레딧이 바뀌었다. 실제로는 어떤 변화가 생겼나. =(에단) 비공식적이었던 사실을 공식적으로 만든 것일 뿐,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 (조엘) 그간 계속 공동연출을 해왔으니까. 칸영화제가 항상 재미있었던 건 예전에 감독상을 받을 때도 그랬고, 그곳에선 우리를 언제나 공동연출로 인정해줬다는 점이다. 크레딧은 그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
-둘이 싸우고 갈등한 적은 없나. =(에단) 그런 질문은 정말 많이 받았고 우리가 형제인 이상 피할 수 없는 질문이겠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갈등이 더 많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형제와 함께 일해서 좋은 점은. =(조엘) 아직 발견 못했다. 이렇게 되려고 우리가 처음부터 의도한 게 아니었다. 그냥… 어쩌다보니 이렇게 된 거라서. (웃음)
-촬영을 마친 다음 영화 <Burn After Reading>은 어떤 영화인가. =(조엘) 모든 캐릭터들은 돌대가리들이다. 그에 대해 존 말코비치는 아무런 문제도 없고, 조지 클루니 역시 별 지장없다. (웃음) 브래드는 처음에는 굉장히 놀랐다. 그는 영화에서 정말 웃기게 나오는데, 곧 조지 만큼이나 그런 걸 즐길 수 있게 됐다. 서로 경쟁하듯 멍청하지만 모두들 굉장히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다. 사실 처음의 아이디어는 일종의 스파이 이야기였고, 여전히 그런 흔적은 남아 있지만, CIA와 헬스클럽에 대한 이야기다. 존은 CIA의 분석관으로 첫신에서 해고당한 뒤에 회고록을 쓰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그의 이야기에서는 워싱턴 교외의 헬스클럽 매니저 프랜 맥도널드와 트레이너인 브래드 피트와 만나게 된다.
-<노인을…>보다는 코미디가 강한 영화겠다. =(조엘) 글쎄. 그건 당신이 <노인을…>에서 얼마나 코믹한 요소를 발견하는지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조지 클루니가 그 다음 영화인 <시저 만세>에도 출연할 거라는 소문이 무성하던데. =(조엘) 그건 클루니가 몇년째 언론에 말하고 다니는 영화인데, 그 영화는 아직 시나리오도 없고 아이디어만 있다. 그 영화 속 또 다른 바보를 연기할 기회를 놓고 조지를 약올리고 있는데, 그는 정말로 그걸 하고 싶어한다. 조지와 함께하는 바보 삼부작이랄까. <Burn After Reading> 촬영 마지막 날 조지가 “내 인생 마지막 바보연기였어”라기에, 우리가 말했다. “우리와 더이상 작업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군.” (웃음)
-그럼 <Burn After Reading>의 다음 영화는 무엇인가. =4월에 미네소타에서 진행할 영화로, <심각한 남자>라고 불리는 건데, 1967년 중서부의 유대인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