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제 드라마의 핵심은 보고 또 보고, 계속 보게 하는 것. 시청률로 먹고사는 시즌제 드라마에게 시청자의 기다림은 필수다. 그래서 드라마들은 시즌 파이널과 시즌 프리미어에 교묘하게 낚싯대를 던진다. 등장인물간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거나 갑작스러운 시련으로 모는 것은 미드의 장기. 심증만 가던 커플을 한 침대에 눕히고, 등장인물을 생사의 갈림길에 놓는 것은 시즌 파이널에서 즐겨 쓰는 효과 만점의 미끼다. 최근 각 시즌을 마무리한 미드들의 파이널도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는데, 국내에도 하반기 방영 예정인 인기 미드들의 다음 이야기를 살짝 들춰보자.
<CSI>는 그리섬과 연인 관계인 새라를 폭우가 내리는 사막에 던져놓은 채 시즌7을 마쳤다. 새라 사이들을 연기하는 조자 폭스의 출연료 협상에 따라 새라의 생사가 결정될 것이라는 루머까지 나온 가운데 새 시즌의 첫 에피소드는 미니어처 킬러로부터 새라를 구하기 위한 대원들의 분투가 그려진다. 조자 폭스는 2007년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인생 최대의 실수일지 모르지만, 나는 (드라마를) 떠난다”고 말해 시리즈 하차를 확실히 했다.
<CSI>와 형제 격인 <CSI: 뉴욕>은 가스 누출사고를 연출한 아일랜드 마약상의 계획을 해결하며 시즌3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했지만, 시즌4는 자유의 여신상 이마를 피로 칠한 기괴한 반달리즘과 예고살인으로 분위기를 반전한다. 맥 테일러 반장에게 새벽 3시33분마다 걸려오는 의문의 전화는 시즌 전반에 걸쳐 그의 과거와 얽힌 비밀을 조금씩 드러낼 예정이다.
목숨이 위협받는 것만이 시련은 아니다. 멀쩡하게 잘 일하다가 실직상태가 되는 것도 호된 시련이다. 앨리슨과 지방검사실과의 관계가 세간에 공개되며 우울하게 시즌3를 끝낸 <고스트 앤 크라임>은 새 시즌에서도 밝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유괴사건으로 시작하는 시즌4의 첫 에피소드에서 앨리슨은 범인에 대한 단서를 꿈꾸지만 누구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총격사건 뒤 복귀가 어려워진 조의 실직도 토끼 같은 자식들이 쑥쑥 자라는 드부아 가족의 생활고를 기정사실로 만든다.
닥터 하우스도 시련을 피해갈 순 없다. 카메론, 체이스, 포어맨 등 하우스를 견디지 못한 팀원들이 모두 사표를 쓰면서 홀로 남겨진 것. <하우스> 시즌4는 새로운 팀원을 뽑는 닥터 하우스 진행의 리얼리티 쇼인데, 학식과 경력이 풍부한 의사들이 그의 밑에서 일해보겠다고 담도 넘고, 속옷도 훔치는 등 6주간의 아슬아슬한 경쟁에 도전한다. 그만둔 팀원들도 새 시즌에 계속 출연하니 팬들은 안심해도 좋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잘 날 없다고 등장인물이 많은 드라마는 이야기도 많다. <위기의 주부들> 시즌3에서 카를로스의 변심을 감지한 이디는 스카프로 목을 매는 쇼를 하다 정말 죽을 뻔했고, 가브리엘은 빅터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가브리엘-카를로스-이디의 삼각관계와 브리의 임신에 숨겨진 비밀, 리넷의 암투병 등이 시즌4가 엄선한 주부들의 새로운 절박함이고, 우여곡절 끝에 마이크와 결혼한 수잔의 행복에 그림자가 드리운다. 메리-앨리스의 집에 이사온 새 이웃 캐서린의 존재는 별 일이 다 일어나는 위스테리아 레인의 새로운 비밀과 거짓말이다.
인물 많은 걸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그레이 아나토미>도 현지에서 시즌4를 방영 중이다. 크리스티나의 결혼이 무산되고 병원 내 복잡한 관계들이 모두 종지부를 찍은 시즌3는 새 얼굴 렉시를 마지막에 소개했는데, 메러디스의 이복 여동생인 렉시는 처음엔 데릭을 유혹하더니, 알렉스와 잠자리를 갖는 등 시즌4에서 맹활약 중이다. 캘리와 헤어진 조지가 이지의 진심을 알아주고, 심장외과 과장이 된 에리카에게 바람둥이 마크가 다가서는 등 무너진 관계들의 재건(?)과 아이제이어 워싱턴의 반게이발언이나 스핀오프 <프라이빗 프랙티스>의 시작과 같은 외적 요소가 드라마 줄거리에 반영된 결과를 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