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셋쨋주, 2003년둥이 SBS <야심만만>은 ‘바이바이’를 외쳤고, 2001년둥이인 KBS2 <해피투게더>는 시청률 23.7%로 승승장구했다. <야심만만>은 터미네이터마냥 ‘아이 윌 백’을 외쳤지만, 고별식에서조차 5.6%의 쓸쓸한 성적을 올려 생명을 다한 프로그램에 대한 무정한 인심만 드러냈다. 또 평일 밤 장수 예능프로그램으로 동행해온 <해피투게더>의 제3의 전성기에 극과 극의 풍경으로 인상적인 스포트라이트를 유도했다.
앙케트, 퀴즈 형식을 동원한 토크쇼 <야심만만>은 스타들의 깜짝 고백을 유행시킨 선구자였다. 사랑과 연애에 대한 원년MC 강호동과 박수홍의 마무리 명언은 왠지 다이어리를 꺼내 메모해야 할 것 같은 소녀 취향의 예쁜 통찰과 공감도 선사했다. 그러나 받아쓰기 하면 황폐한 기분이 고조되는 날것의 벌 쏘기 화법이 유행하는 현재, 그리고 스타에게 땀 냄새의 고행과 굴욕을 요구하는 요즘, <야심만만>식 계산된 고백과 바람맞는 벌칙은 따분하고 약한 올드패션이 됐다.
반면, 시즌3으로 명명된 <해피투게더>는 주기적으로 보수공사를 진행하며 메치니코프 박사도 놀랄 생명 연장술을 자랑 중이다. ‘쟁반노래방’, ‘반갑다 친구야’ 등에 이어 ‘도전 암기송’으로 방송 ‘후’ 하이라이트 기사의 주요 사냥감에 등극했다. ‘쟁반노래방’ 시절부터 참여해온 MC 유재석과 제목만 유지했을 뿐 계속 새 프로그램을 런칭해온 것처럼도 보이지만, <해피투게더>는 꼬리에 꼬리를 문 변화로 간판 유지의 명분을 획득했다. 현재 체제는 ‘쟁반노래방’의 사우나 버전이고, 요즘 예능가의 절대적인 대세라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실내판이다. 학창 시절 친구 찾아 회포 푸는 시즌2 격의 ‘반갑다 친구야’가 ‘쟁반노래방’의 교복과 추억코드를 추출해 재생산한 한편, ‘도전 암기송’은 교복을 벗어던지고 대신 찜질방의 양머리 수건과 노메이크업으로 무장해 게임과 토크와 노래 대결을 벌이며 ‘쟁반노래방’의 나머지 요소를 최신 트렌드로 따라잡고 있다. 하체를 살포시 덮은 담요로 치마교복 차림 여성 게스트들의 단정한 자세를 돋운 ‘쟁반노래방’이 예의있는 어제의 토크쇼 문화를 엿보였다면, 땀에 전 속옷 라인도 드러내며 질펀한 아줌마 수다, 연예인 부부의 사생활 이슈 등을 공유하는 ‘도전 암기송’은 무방비한 산만벅적함을 선호하는 오늘의 경향을 보여준다.
<X맨>에서 태동해 <무한도전>에서 완성된 유재석-박명수의 콤비네이션은 <해피투게더>에서도 강력하게 가동되는 상태. 김구라, 은지원 등 다른 예능프로그램의 자산도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이 프로그램은 한번 만들어진 예능인의 캐릭터가 채널과 프로그램을 넘나들며 압도할 만큼 강력해졌음을 알린다. 이 프로그램에는 ‘무릎팍 도사’처럼 맨투맨의 독한 말공방도 오가지만, ‘카메라가 있거나 말거나’의 취중토크 같은 집단 수다시스템으로 독기를 휘발시켜 부담없이 박장대소하게 만든다. 과거의 사적인 아픔도 웃음의 소재로 활용한 이경실의 내공, 불과 불이거나 물과 기름인 박명수의 버럭과 김구라의 독설이 충돌하는 장면 등은 ‘도전 암기송’의 인상적인 대목이었다.
<야심만만>은 기린아의 영향력을 자랑하고 떠났지만, <해피투게더>는 설령 고집있고 독자적인 ‘버전업’은 아닐지라도 주변의 변화에 탈피와 치장의 변신술로 오래오래 현재형을 유지하는 유연한 처세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