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혁: <정열대륙>
한국에서 유학하는 한 일본인 친구는 왜 한국의 톱스타들은 망가지지 않느냐고 자주 묻는다. 일본에선 기무라 다쿠야도 쇼 프로그램에 나와 온갖 이상한 변장을 서슴지 않는데, 한국의 욘사마, 지우 히메는 왜 만날 예쁜 척, 멋진 척만 하느냐는 거다. 연예인에도 종류가 있는 게 아니냐며 대충 얼버무리긴 했지만 지나치게 방송용으로 만들어진 한국의 연예인이 재미가 없는 건 사실이다. 오락 안에서도 도덕 찾고, 쇼 프로그램에서도 권위를 지키니 이건 웃자고 봐야 할 TV가 스타들의 공식화한 CF와 별반 차이가 없다. 스타를 밀착 취재한다고 해도 결국 완성된 건 성공 스토리랄까. 하지만 일본의 TBS에서 방영하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정열대륙>(情熱大陸)은 스타의 뒷모습에 주목한다. 배우, 가수, 운동선수, 소설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매주 한명씩 선택해 짧게는 4개월 길게는 1년을 따라다닌다. 이 다큐의 장점은 출연자의 숨겨진 모습을 아무런 포장 없이 보여준다는 것. 출연자가 가진 진솔한 아킬레스건을 매우 세심하게 포착한다. 가령 아오이 유우가 학창 시절에 대한 기억을 묻는 질문에 이지메를 당한 경험이라고 답하는 장면이나, 나리미야 히로키가 친구들이 자신의 입에 침을 뱉던 경험을 가볍지 않은 웃음과 함께 고백하는 모습, 보아가 일본에서 생활하며 직접 쓴 노래 <Moon & Sunrise>의 가사 중 오직 눈물(淚)이란 낱말만이 한자로 써 있다고 짚는 대목 등. 개인기없이 웃기고, 성공 스토리 없이 울린다. 특히 도입부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묘한 힘을 가졌다. 모범적인 스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다. 아, 가장 중요한 것. 그렇다면 이 프로그램을 어디서 보느냐. 불법 다운로드할 필요도 없다. 유투브 사이트에서 정열대륙만 검색해도 100편이 넘는 동영상이 쏟아져 나온다. 더불어 아사히TV의 오락 프로그램 <런던하츠>가 <정열대륙>의 몰래카메라 버전으로 방영한 <정열개륙(情熱犬陸)>도 추천한다. 제목부터 압권이지 않은가.
김귀숙: <며느리에게 주는 요리책>
요리에 취미가 없는 나로선 예고없이 손님들이 들이닥치기라도 하면, 아무리 그들이 가까운 지인이라도 곤욕스럽긴 매한가지다. 사정을 아는 이들은 간단한 먹을거리를 준비해 오거나,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이용해 간단한 요리(?)를 직접 해 먹기도 한다. 이런 나이기에 어느 날 회사 동료가 불쑥 내민 책 한권에 고마운 마음이 드는 건 당연지사. ‘며느리에게 주는 요리책’이란 책 제목이 다소 부담스럽지만 몇장만 펼쳐보다보면 ‘며느리’가 아닌 ‘어느 누구에게나 주는 요리책’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장보는 요령에서부터 기본 양념 만들기, 간단한 국과 반찬 만들기를 지나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만들 수 있는 요리까지, 요리 방법이 알기 쉽고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어 누구나, 간단히, 즐겁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먼저 이번 설 연휴에 도전장을 내밀어보자. 직접 끓인 떡국으로 가족을 감동 먹이는 기회를 놓치지 말기를(꼭꼭 숨어 있는 ‘떡국 만드는 법’을 찾는 즐거움은 물론 덤이다)!
정한석: 연휴에 당신이 짬짬이 다시 찾아 읽기를 권하는 믿거나 말거나 요즘 <씨네21> 기사 베스트
(알림!!! 술이 덜 깬 토요일 정오에 선정하였음. 이하 기자/제목/20자평. 필자의 신변보호를 위해 별점은 생략함)
남동철 634호 편집장이 독자에게 ‘2007 대선 감상’/조니뎁(과 닮았다고 여전히 믿는 눈치인) 편집장의 쾌도 난마 대선 리뷰. 문석 611호 <다이하드4.0> 아날로그 액션이 돌아왔다/읽고 나서 하루 종일 <다이하드> 시리즈를 또 보고 있더라니까. 김혜리 633호 x세대 스타 에단 호크와 김혜리의 지상 면담/에단 호크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영진 596호 이영진 기자, 우리학교를 가다/글보다 사진이 훠~얼씬 훌륭하다(…라고 꼭 말해주세요!!!). 주성철 627호 치명적 관능 <색, 계> 리안 감독과 탕웨이를 만나다/성룡이 리안을 만나다?! 박혜명 630호 할리우드의 섹시한 양심 조지 클루니/이 글 보면 조지 클루니를 귀화시키고 싶어진다. 김도훈 637호 극비프로젝트 <클로버필드> 최초 공개/누가 김도훈의 떡밥 기사를 두려워하랴! 오정연 632호 색의 달인이 말하는 디지털 색보정의 세계/똑똑한 ‘발’로 쓴 쉽고 재미있는 영화 교과서 제1막 제1장. 정재혁 634호 게이 청춘의 일기, 김경묵 감독의 삶과 영화/대상을 이해하고 진심을 담아 써낸 기사. 최하나 620호 이주노동자 영화제를 가다/한국의 ‘하나’가 필리핀의 ‘둘’을 만나는 감동의 지상 중계. 강병진 638호 19금 케이블 드라마 중독자의 고백/문장에 ‘흥’(興)이 있다! 강병진은 호색한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장미 610호 영화사 간판의 기원을 찾아서/아 그런 거였구나. 흥미진진한 충무로의 작명 비사!
심은하: 부루마불 게임
셋만 모이면 친다는 고스톱 대신 세계를 돌며 부동산 놀이를 해보면 어떨까. 할리우드 스타처럼 도쿄, 홍콩, 뉴욕, 런던, 파리, 시드니,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세계의 도시 곳곳에 호텔과 별장을 가질 수 있다. 변덕스런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은 잊어도 좋다. ‘파란 구슬’의 부루마불 세계에서는 2개의 주사위를 던지면 부동산 놀이가 시작된다. 경쟁자는 2명도 좋고 4명도 좋다. 2개의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의 합만큼 게임판 위의 말을 움직인다. 전반전은 게임판을 돌며 각국 수도를 소유할 수 있는 주권카드를 구매하고, 후반전부터는 자신의 땅에 건물을 짓고 임대료를 받는다. 파산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최후의 1명이 승자가 된다. 여기에 3회 휴식하는 무인도, 원하는 장소로 이동할 수 있는 우주여행, 사회복지기금과 황금열쇠라는 액션 카드가 존재해 우승하려면 전략 짜기는 필수. 우승 노하우를 살짝 알려준다면 ①서울올림픽 땅 사기. ②한곳에 집중 투자하기. ③지출 줄이기. “어라 이거 실제 재테크 노하우잖아(ㅎㅎ).”. 잠깐 정보! 부루마불은 국내 최초의 보드게임으로 1982년 씨앗사에서 출시했으며, 이탈리아의 농부가 주사위 모양의 짚단을 갖고 땅 빼앗기 놀이를 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오계옥: <현대인도 못알아먹는 현대미술>
그럴 만한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만약 당신이 설 연휴에 시간이 생긴다면, 근데 복잡한 멀티플렉스 테켓 부스 앞에 줄설 자신이 없다면, 편안하게 집에서 가수 겸 화가인 조영남씨가 쓴 이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일단 너무 재밌다. 술술 읽히고 읽는 도중에 시시때때로 푸하하 웃게 된다. 이 책은 작가의 그림을 포함한 예술 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명쾌한 코믹 버전으로 각색되어 속이 다 후련해진다. 그리고 다 읽고나면 막 그림이 보고 싶어진다. 나는 그랬다. 만약 당신도 나와 같다면 시립미술관에서 3월16일까지 전시하는 <불멸의 화가 반 고흐전>에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관람객이 많아 인내심이 좀 필요하지만…. 그리고 팁으로 하나 더. 소설가 권지예가 고흐나 피카소 같은 10명의 유명 화가들의 일생이나 그림을 작가의 회화적 상상력으로 소설화한 그림소설 <사랑하거나 미치거나>도 제법 흥미롭다. 마치 한편의 단편영화를 보는 것처럼….
서지형: 아름다운 비경, 눈꽃으로 뒤덮인 설천봉 정상
겨울이면 눈. 눈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을 알려주고 싶다.
오래전부터 내가 항상 아름다운 눈의 모습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곳은 무주 설천봉이다.
몇년 전 눈이 많이 내릴 때 무주리조트에 보딩을 즐기러 간 적이 있다. 슬로프를 내려오기 위해 설천봉 꼭대기를 곤돌라를 이용해서 올라가게 되었는데… 내리는 순간 정말 말문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눈꽃 풍경에 가지고 있던 카메라의 모든 필름을 정신없이 쓰게 되었다. 요즘은 디카가 보급되어서 충분한 메모리를 가지고 가면 될 듯하다.
하여튼 아주 맑은 공기와 푸르른 하늘 배경의 아름다운 눈꽃의 향연… 정말 놓치기 힘든 풍경일 거다.
설천봉에는 멋있는 정자가 하나 있는데 거센 눈보라가 정자에 부딪혀 아름다운 눈으로 지은 정자가 연출되기도 하고 지리산 자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장소다. 만약 연인과 가고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고 싶을 땐 무주지역의 눈을 손꼽아 기다렸다가 설천봉에서 사진을 기면 정말 좋은 기록이 될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