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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핑크시대] “지금은 과도기일 뿐이다”
강병진 2008-01-31

온미디어 영화사업국 전광영 제작국장

-OCN이 <가족연애사>를 시작으로 성인드라마 시장에 제일 먼저 깃발을 꽂았다. 그 배경은 어떤 상황이었나. =당연히 시청률에 대한 기대가 제일 컸다. 케이블이기 때문에 성인드라마를 할 수 있는 여지가 큰 것도 있었고. 지상파에도 <사랑과 전쟁> 같은 성인드라마가 있지만 내용은 성인물일 수 있어도 표현에는 한계가 많다. 하지만 케이블에서는 그런 선을 조금씩 넘나들 수 있고, 지금의 붐은 그것이 일정 부분 먹힌 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선정성 시비에 대한 논란은 피할 수 없는 문제일 텐데. =언제나 고민하는 부분이다. 특히 지금이 과도기이다. 만약 지금 와서 몇년 전에 만든 성인드라마들을 재방영한다면 여전히 시청률을 기대해볼 수 있다. 퀄리티가 떨어져도 확실히 성인코드만 있으면 말이다. 그런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게 가장 힘들다. 어쩌면 영화계에서 하는 고민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메디컬기방 영화관>이 그런 고민에서 나온 드라마 같다. 이전에 제작한 <이브의 유혹>과 <코마> 시리즈가 영화적인 기획과 스타일로 만들어졌다면 <메디컬기방 영화관>은 케이블의 환경에서 자생적으로 파생된 게 아닌가 싶더라. =사실 드라마를 만드는 우수한 인력들은 대부분 지상파에 몰려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연출자와 작가를 구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 지상파의 인기 PD들은 케이블에서 드라마 만드는 것을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영화는 다른 분야가 아닌가. <메디컬기방 영화관>은 거기에서 또 다른 고민을 했던 작품이다. SBS의 <반전드라마>나 과거 <금촌댁네 사람들> 같은 예능프로그램의 인력들이 케이블의 특성과 호흡을 맞출 수 있을 거라고 봤다. <메디컬기방 영화관>을 연출하는 김홍선 감독도 예전에 예능프로그램에서 활동했던 PD다. 앞으로도 예능 출신 인력들이 케이블로 많이 유입될 것으로 본다.

-케이블에서 제작되는 성인드라마의 대부분이 카운슬링 형식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그러한 인력의 영향일까.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사실 그건 케이블의 특성과 맞물리는 것이다. 지상파 드라마들은 이미 기다리면서 보는 걸로 세팅되어 있지만, 케이블은 그렇지 않다. 회차별로 사건이 마무리되는 게 시청률에 유리하다. 그래서 주로 제작되는 드라마들이 형사물, 클리닉, 카운슬링 형식을 따르게 된다. 시청자가 채널을 돌리다가 봤을 때, 그것이 영상이든 이야기든 만족을 시켜줘야 하니까.

-아무래도 2008년이 케이블 드라마에는 또 하나의 분기점이 될 것 같다. 지금 하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우리가 스스로 우리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케이블이라고 해서 100% 표현의 자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시청자는 계속 더 강한 것을 원할 수도 있지 않나. 또 섹시코드로만 밀고가면 다른 영화감독이나 지상파의 드라마 PD들이 아무리 뜻이 있어도 케이블을 더 멀리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우리도 조정 중이다. 섹시코드를 빼놓을 수는 없겠지만 형사물, 추리물, 전문직 드라마 등 여러 형태를 고민하고 있다. 물론 지상파에서 보여줄 수 없는 것을 만든다는 기조는 계속 가져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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