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에서 가장 놀라운 순간은 프랑스와의 준결승전에서 등장한다. 미숙이 수비를 피해 공을 패스하면 공을 받은 혜경이 몸을 날려 슛을 던진다. 동작의 화려함에 탄성을 지르고 나면, 과연 배우들에게 어떤 특훈이 있었기에 하는 의구심이 샘솟는다. 촬영 전부터 배우들의 몸을 핸드볼 선수로 다진 이는 현재 인천에서 ‘경희체대입시 전문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대진 코치. 그는 배우들의 훈련뿐만 아니라 영화 속의 모든 세트플레이를 연출했으며, 시나리오 수정작업에도 참여했다. “혹시 선배들한테 욕먹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다들 수고했다고 해주어서 한시름 놓고 있다”는 그는 그럼에도 “촉박했던 훈련일정이 여전히 아쉽게만 느껴진다”고 말했다.
-<우생순>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된 건가. =핸드볼협회에 모집공고가 났었다. 내가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과목 중에 핸드볼 전공실기가 있어서 평소 여고생들을 많이 가르치곤 했다. 또 운동을 그만둔 것에 대한 미련이 있었는데, 이 기회가 그런 아쉬움을 달래줄 것 같았다.
-아마추어 선수들도 아니고 배우들을 훈련시키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었을 텐데. =그래도 다들 동작을 습득하는 능력들이 뛰어났다. 보통 학생들이 6개월이 지나야 할 수 있는 동작을 5, 6번 만에 따라하기도 했다. 욕심들도 많아서 오전에 웨이트 훈련, 오후에는 전술훈련하는 것도 다 참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쉬는 날까지 학원에 와서 운동을 하곤 했다.
-준결승전의 마지막 액션은 배우들도 겁을 먹지 않았을까 싶었다. =여배우들이다 보니 그 장면은 얼굴을 다칠 수 있을 것 같아서 걱정을 많이 했다. 그냥 한번만 보여드리고는 이런 것도 있다고 했는데, 서로들 하겠다고 하더라. 그 장면을 연습하면서 다들 무릎이고 팔꿈치고 안 다친 곳이 없었다. (웃음)
-배우들이 점점 운동선수로 변하는 과정에서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겠다. =그런 모습이 정말 재밌더라. 처음에는 손가락만 삐어도 매니저가 달려오고 난리가 났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다보니, 어느 때부터는 다들 알아서 아프면 침 맞고 오고, 몸에 테이핑을 했다. 쉬는 시간의 풍경도 조금씩 달라졌다. 처음에는 다들 의자에 꼿꼿하게 앉아 있었는데, 나중에는 진짜 선수들처럼 바닥에 드러눕고 그러더라. (웃음) 식사량도 처음에는 조금씩 먹더니 나중에는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많이 먹었다. 오죽하면 내가 “배우로 살아야 하는데 괜찮겠냐”고 물을 정도였다. (웃음)
-임순례 감독은 어떤 점을 강조했나. =정말 고마웠다. 내가 영화를 하는 사람이 아닌데도 경기장면에서 많은 힘을 실어주셨다. 특정 장면을 주문하는 게 아니라 내가 짠 세트플레이에서 골라주었다. 감독님이나 배우들, 스탭들 덕분에 정말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영화에 참여하느라 신경을 써주지 못한 학원생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