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2008년 5월 영상자료원 내에 문을 열 한국영화박물관을 위한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전시품 기증 캠페인을 벌입니다. 20번째 기증품은 고 홍은원 감독의 딸인 이희재 숙명여대 문과대학 학장이 기증한 홍은원 감독의 사진앨범입니다.
“여성감독이었던 어머님의 유품으로, 자료원에서 잘 보존해주기를 희망한다”며 홍은원 감독의 딸이 기증해온 이 앨범은 1954년 여군들의 생활상을 담은 기록영화 <여군>(위 사진, 왼쪽부터 고해진(조명), 조정호(감독), 한형모(촬영), 홍은원(조감독 겸 스크립터), 나애심(배우), 이한찬(조명)) 및 <불사조의 언덕>(1955), <수정탑>(1958) 제작현장, <여판사>(1962)와 <홀어머니>(1964)에서 홍은원 감독이 배우들에게 연기지도하고 있는 모습 등 150여점의 사진을 담고 있다.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의 영화제작 현장을 보여주는 이 사진들은 전쟁 이후 피폐한 환경 속에서 사용된 촬영기자재와 당시 연출 시스템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1940년대 해방 전후 영화계에는 ‘최초의 여류 ○○’라는 타이틀로 등장한 일군의 여성들이 있었는데, 최초의 여성 시나리오작가 겸 감독인 홍은원을 비롯해서 최초의 여성감독 박남옥, 최초의 여성 편집기사 김영희가 그들이다. 1947년 최인규 감독의 <죄없는 죄인>에서 스크립터로 영화계에 첫발을 내디딘 홍은원은 1959년 신경균 감독의 <유정무정>의 각본을 썼고 1962년 <여판사>에서 마침내 감독으로 데뷔했다. 홍은원 감독은 스크립터에서 출발해 현장경험을 쌓으면서 감독으로 성장한 전문영화인이었다. 시대의 편견과 금기에 도전하며 영화제작 현장에서 한 사람의 영화인으로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갔던 한 아름다운 여성영화인의 모습을 한국영화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