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1월7일 월요일 오후 2시 장소 서울 용산CGV
이 영화
전세계적인 대재앙 ‘세컨드 임팩트’가 발발한지 15년이 지난 어느날. 어딘가 좀 삐딱한 소년 이카리 신지는 특수기관 네르프의 사령관인 아버지 이카리 겐도의 연락을 받고 전투도시인 제3신도쿄로 들어온다. 감동적인 부자상봉은 없다. 겐도는 3년만에 만난 아들 이카리 신지에게 갑자기 신체병기 에반게리온에 탑승하고 정체불명의 사도와 싸우라고 지시한다. 그렇게 네르프에서의 삶을 시작한 신지는 몇번의 전투를 거치며 ‘야시마 전투’에 돌입하게 되는데.
100자평
‘리빌드’가 어떤 의미였는지, 1편에 불과한 <에반게리온: 서(序)>만으로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단지 12년 전에 불가능했던 영상과 음향을 보완하는 정도가 아니다. 자신이 창조한 인물과 세계는 이미 완벽했지만, 안노 히데아키는 <에반게리온>을 새로운 차원으로 다시 한 단계 끌어올렸다. 세월의 무게만큼 안노 히데아키는 성장했고, <에반게리온>은 진화했다. <에반게리온: 서(序)>는 일본 오타쿠가 단지 자신의 세계에만 갇혀 있는 소모적이고 자폐적인 집단만이 아님을 여실히 증명한다. <에반게리온: 서(序)>는 왜 일본 애니메이션이 세계의 일류인지 보여주는 걸작의 광대한 시작을 보여준다. 김봉석/영화평론가
새삼 호들갑을 떨긴 민망하다. 지난해 부산영화제 폐막작으로 일찌감치 공개되어 웬만한 마니아들 사이에선 입소문이 쫙 퍼져버린 안노 히데아키의 <에반게리온: 서(序)>다. 새로운 작화들과 예전의 작화들이 섞인 혼합물이지만, 10년만에 부활한 <에반게리온>의 새로운 극장판은 불법비디오와 불법 CD를 어렵사리 구해 보았던 TV시리즈 및 극장판의 감동을 고스란히 되살려준다. 아니, 몇 배나 크게 되돌려준다. 어쩔 수 없이 에바에 올라타야했던 소년 신지, 사랑스러운 외톨이 레이, 비장한 디스토피아적 이미지들과 그속을 파고드는 아름다운 선율. 무엇보다도 인간과 운명을 완전히 같이 하는 미래 기계문명의 상징 에바의 사투. 이것을 거대한 스크린과 사운드로 경험하는 것은 상상 이상의 것이다. 버릴 수 없는 희망을 힘겹게 지키는 소년, 소녀에 대한 추억은 이렇게 되살아난다. 박혜명/ <씨네21>기자
부제에 붙은 ‘리빌드(Rebuild)’라는 단어에서도 충분히 예감 가능하듯 <에반게리온: 서(序)>는 익숙한 에반게리온 세계를 완전히 재편하려는 시도다. 디지털 특수효과로 재창조된 클라이막스의 ‘야시마 전투’는 지금 아니메가 해낼 수 있는 스펙터클의 최전선을 보여주고, TV판 콘티를 재활용하긴 했지만 미묘하게 뉘앙스가 바뀐 것도 금새 눈치챌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에반게리온: 서(序)>는 시작일 따름이다. 크레딧과 우타다 히카루의 주제곡이 끝나면 등장하는 다음편의 예고를 놓치지 마시길.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심지어 ‘달에서 내려온 에바 6호기’라니!)들과 오리지널을 배반하는 전개. 오랜팬들이라면 흥분에 몸서리를 칠만한 안노 히데아키의 떡밥이다. 김도훈/ <씨네21>기자
소년은 여전히 지옥도에 빠져있다. 대재앙의 시대에 가장 괴로운 이는 대피명령을 기다리는 입장이 아니라 그들과 맞서 싸우는 이일 것이다. 왜 내가 인류의 생존을 책임져야 하나. 게다가 "잘하면 그만이고 아무도 칭찬도 해주지 않는" 에바의 파일럿이라니. <에반게리온: 서(序)>는 신지의 딜레마를 재현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의 장면들까지 끼워넣는다. 하지만 우려먹는다는 핀잔을 던지기 전에 샘솟는 반가움은 어쩔 수 없다. 이제 에바의 오타쿠들도 다시 대동단결이다. 강병진/ <씨네21>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