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지를 만든다는 것은, 인생을 일주일 단위로 쪼개어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에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다면 주말 이틀은 가족을 위해 써야 할 테니, 직장인 인생 5일과 가족의 일원으로서의 인생 이틀을 살게 된다는 말이 될 거다. 여튼, 그 5일은 또 마감인 이틀과 마감이 아닌 삼일로 구성되며, 마감이 아닌 삼일은 또 마감 전 이틀과 밤샘 마감 뒤 잠으로 흘려보내는 하루로 구성된다. 너무나 정확하게 구성되는 일정이라 장점도 있지만 의외로 계획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이상한 일정(여기에 나와는 다른 요일로 구성된 마감을 하는 남편이 곁들여져 있다면 완전 ‘꼼짝마라’다). 여튼, 이렇게 조각조각 다람쥐 쳇바퀴 같은 생활을 대충 한 4년쯤 한 것 같다. 처음엔 원고가 빨리 들어와서 월·화부터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 했지만, 일에 익숙해지니 너무 일찍 들어오는 원고는 반갑지도 않았다. 월·화에는 6시 땡 퇴근 못하면 세상이 두쪽나는 것처럼 억울해했으면서도, 마감이 늦어져 목요일 밤을 훌쩍 넘겨 금요일 아침 9시까지 뜬눈으로 원고와 씨름하는 일이 있어도 그건 또 그러려니 했다. 필자들은 마감 때만 되면 순하고 비굴한 양이 되어 “지금 쓰고 있어요오” 하는 소심한 문자를 보내고, 취재기자들은 어찌된 일인지 약속한 마감시간을 넘길수록 “어쩌지? 글이 안 써지네? 핫핫핫” 하면서 웃는 낯에 침 못 뱉는 상황을 만들어댔으며, 오늘은 좀 일찍 끝나겠구나 하는 날은 프린터기가 고장이 나면서 나의 밤을 하얗게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일주일에 하루이틀은 꼬박꼬박 밤을 새며 보낸 4년 동안 나에겐 나무늘보 같은 남편과 토끼 같은 새끼가 생겼고, 옆자리는 벌써 네 번째로 주인이 바뀔 예정이고, 선배들만 빽빽했던 편집부 사무실은 후배들이 더 많아졌다. 아참, 일반인의 평균을 훠얼씬 웃도는 콜레스테롤 수치도 얻었구나. 세월 참….
여기에 덧붙여, 영화 주간지에서 일한다는 것은, 주변인으로부터 영화와 영화계에 관한 온갖 질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도 된다. 하지만 취재팀이 아닌 이상 영화를 그렇게 꼬박꼬박 챙겨보는 것은 머나먼 남쪽나라 이야기이며, 배우들의 스캔들 따위는 네*버에 물어보는 게 백만광년은 더 빠르다는 사실. 다들 알아주시길.
오픈칼럼이랍시고, 너무 난삽하고 심하게 프리하며 오픈된 글을 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 글을 여기까지 읽었을 독자분과 이 지면에 좀 민망한 마음이다. 원래 이 지면에 쓰려던 글은 마감 때마다 구타유발자들로 변하는 기자 및 필자 리스트와 그들의 악행을 낱낱이 파헤치는 내부고발에 가까운 내용이었지만, 내가 김용철 변호사도 아니고 <씨네21>이 삼성도 아니며, 그들의 늦은 마감으로 이 사회는 기억에 남을 만큼 피해도 입지 아니하였으니 그런 내부고발은 그만두련다. 다만… 정훈이씨! 앞으로는 원고 좀 빨리 넘기세요! O양아, 앞으로는 구박하는 임신부가 없더라도 작은 꼭지라고 무시하지 말고 착하게 마감하렴. J기자님, 마감을 빨리하는 기사도 좋은 기사랍니다. L선배, P양! 3쪽짜리 인터뷰의 적정 글량은 전문을 포함해서 33매입니다. 기억하세요! 그럼 모두모두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