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2008년 5월 영상자료원 내에 문을 열 한국영화박물관을 위한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전시품 기증 캠페인을 벌입니다. 19번째 기증품은 미국인 프랭크 J. 산조가 기증한 1960년대 한국영화 포스터입니다.
2004년 어느 미국인에게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미국 오하이오주에 사는 프랭크 J. 산조라는 노신사로부터였는데, 1960년대 초반 한국 김포공항 부근 공군기지에서 근무했던 그는 당시의 한국영화 포스터들을 수집해 지금껏 소장하고 있으며 포스터들이 귀하지 않을까 싶어 한국으로 보낼 결심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그가 보내온 포스터는 총 36점으로, 김수용 감독의 1958년 데뷔작 <공처가>부터 윤예담 감독의 1963년작 <장미꽃 인생>에 이르는 극영화 포스터 35점과 뮤지컬코미디 행사용으로 추정되는 포스터 1장이다. 포스터는 물론 필름 역시 자료원에 보관되어 있지 않은 귀한 자료였다.
40년의 세월 동안 간직해온 포스터들은 이국에서 보냈던 젊은 시절의 추억만큼 소중하게 보관돼왔음이 느껴질 정도로 상태가 훌륭했다. “제가 김포 공군기지에 근무했을 때 그곳에서 많은 한국인 친구들을 사귀었습니다. 그 뒤 수년간 매일같이 한국을 생각하며 지냈습니다.” 한국영화 르네상스 시기의 주옥같은 작품들은 한 미국 청년의 눈과 마음에도 아름답게 비치고 감성적 충만함을 주었을 것이다. 그는 편지에 “제가 한국에 이런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라고 적었다. 한국과 한국영화를 사랑한 한 미국인에 의해 되찾은 소중한 문화는 한국영화박물관에서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