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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것이 좋아> 공개
오정연 2008-01-02

일시: 1월2일 수요일 오후 2시 장소: 서울극장

이 영화

입봉은 못하고 수십번씩 같은 시나리오를 고치는 처지의 시나리오 작가 아미(김민희)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언니 영미(이미숙), 자신을 하숙생 취급하는 조숙한 조카 강애(안소희)와 함께 산다. 한지붕 세여자가 공유하는 고민은 바로 남자. 별 비전이 없어보이는 가수지망생인 오래된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알게된 아미는 심드렁하게 선을 봤던 회계사 승원(김성수)의 좋은 조건에 마음이 끌린다. 사랑보다는 일을 앞세우는 화끈한 싱글 영미는 가벼운 마음으로 원나잇스탠드에 임했던 연하남 경수(윤희석)가 자꾸만 주위를 맴도는 것이 신경쓰이던 차에 폐경 소식을 접한다. 3년째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 호재(김범)와 아무런 진전이 없는 관계에 조급해진 강애는 친구 미란의 조언을 받아 실전에 돌입한다. 남자관계에서 시작된 3세대의 성장통은 각자의 미래와 연결된 솔직한 욕망으로 이어진다.

말말말

“즐겁고 기쁘게 찍었습니다. 함께 하는 즐거움이 크다는 걸 절감한 기회였습니다.” -권칠인 감독 “현실을 살아가는 남녀를 밝고 경쾌하게 그렸습니다. 모처럼 좋은 영화를 보시게 될 것 같습니다.(웃음)” -이미숙 “처음 연기한 건데, 귀엽게 봐주세요. 웃으며 돌아갈 수 있는 영화 같습니다.” -안소희

100자평

27살, 고등학생, 폐경기. <뜨거운 것이 좋아>의 세 여자를 설명하는 주요한 방법은 그들의 나이다. 결혼적령기이고, 성정체성에 눈을 뜨는 시기이고, 여자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된 처지인 이들의 연애에 대한 각각의 결정과 선택은 또다른 마디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인생을 결정할 것이다. 4년반전, <싱글즈>를 통해 30대 후반 독신 친구들의 따뜻한 연대를 모색했던 권칠인 감독의 두번째 장편은, 그처럼 따뜻한 연대를 보다 넓은 세대로 확장시켰다는 점을 제외하면 놀랄만큼 유사하다. 컴퓨터 모니터를 이용하고, 발랄한 CG를 활용하여 씩씩한 여주인공의 내레이션을 돕는 등의 사소한 기법은 물론, 누군가를 기다리는 집앞 계단, 적당히 심드렁하고 적당히 푸근한 집안에서의 술자리 등의 상황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싱글즈>의 나난이 해외로 발령받은 증권회사 직원의 구혼을 거절하고 야무진 동미가 미혼모가 될 것을 결심하는 것에 대응할만한 급진적인(?) 결말도 빠질 수 없다. 그러나 4년전 29살이었던, <싱글즈>의 다소 위험한 결말에 기꺼이 동조했을 관객들이, <뜨거운 것이 좋아>의 세 여자에게도 공감할 수 있을까. 2003년의 29살보다도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야 할 2008년의 27살 관객이라고 그리 다르진 않을 듯하다. 동일한 처방전을 내리기에 너무 빨리 험난해지는 세상을 탓해야할까. 오정연 <씨네21> 기자

<뜨거운 것이 좋아>는 권칠인 감독의 전작 <싱글즈>의 연장선상에 놓인 영화다. 영미(이미숙)는 ‘<싱글즈>의 동미(엄정화)가 미혼모로 아이를 낳았으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상상 속에서 나온 인물 같고, 아미(김민희)는 조건좋은 남자를 재보던 나난(장진영)의 ‘백 투더 퓨처’ 버전처럼 보인다. 여기에 추가되는 캐릭터는 영미의 딸인 강애(안소희)다. 강애는 <싱글즈>의 이범수처럼 두 사람 사이를 엮어주기도 하지만, <싱글즈>의 맥락에선 꿰이지 않는 새로운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강애로 인해 영미와 아미의 삶이 달라질 것은 없다. 제 갈길을 알아서 가는 세 여자의 이야기인 <뜨거운 것이 좋아>에서 세 여성 간의 유대관계는 상당히 느슨하다. 2003년에 비해 ‘여성연대’의 구호가 작아진 걸까. 같은 집에 사는 세 여성은 동미와 나난과 달리 인생사의 고민을 흉금없이 털어놓지 않는다. 대신 이들은 각자 알아서 자기들의 사랑에 진지하고 충실하다. <뜨거운 것이 좋아>는 <싱글즈>가 그랬듯이 적당히 트렌디하고, 적당히 ‘판타지’에 소구하고 있지만, 아기자기한 에피소드 안에 사랑에 관해 솔직한 여성들의 담백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기자 시사 반응을 보고 결말이 약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 부분을 바꾸기로 했다”는 권칠인 감독의 선택도 궁금해진다. 한가지만 더. <라이터를 켜라> <불어라 봄바람>을 만든 장항준 감독의 실생활을 상상케 하는 생생한 연기는 압권이다. 문석 <씨네21> 기자

세 여자의 연애 이야기를 담은 <뜨거운 것이 좋아>는 이야기가 주는 재미보다, 여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이 더 흥미롭다. 세 여자의 연애는 웃기긴 했지만 하나의 공식처럼 진부한 과정과 결말을 선택한다. 그러나 배우들의 앙상블이 짜 맞춘 듯한 이야기에 생동감을 부여했다. 이미숙은 기대했던 그대로 늘 안정적이며 영화 데뷔작인 안소희는 서툴긴 해도 극중 캐릭터와 너무 잘 어울린다. 그리고 김민희. 그녀가 이렇게 재능 있는 배우인지는 미처 몰랐다. 김민희의 재발견이라 해도 좋을 만큼 그녀는 너무나 매력적으로 캐릭터를 소화했다. 노파심에서 하는 얘기지만 <뜨거운 것이 좋아>라는 제목에서 뭔가 있을까란 기대는 말기를. 자신의 마음을 속이지 말고, 느끼고 있는 그대로 용기 있게 떳떳하게 살아가라는 착한 의미를 가진 제목이다. 김종철/ 익스트림무비(extmovie.com)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