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었는데 슬프기보단 웃기다. 프랭크 오즈 감독의 영화 <MR. 후아유>는 장례식에서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극을 그린다. 관이 잘못 배달되는 일을 시작으로 형제 사이엔 돈 문제로 목소리가 높아지고 여자친구를 따라 장례식장을 찾은 한 남자는 약을 잘못 먹어 해롱해롱한다. 게다가 죽은 남자의 옛 애인이라고 찾아온 난쟁이 게이는 섹스장면이 찍힌 사진을 들이밀며 돈을 요구한다. 엎치락뒤치락 인물들의 다사다난한 익살극이 인형극에 성우로 출연했던 프랭크 오즈 감독의 이력을 떠올리게 한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요다 목소리, 인형극 <세서미 스트리트>의 목소리로 유명한 프랭크 오즈. 자기 냄새 물씬 나는 작품으로 완성해낸 <MR. 후아유>를 통해 그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자.
짐 헨슨과 만나며 쇼의 세계로
프랭크 오즈 감독이 <MR. 후아유>에서 장례식을 배경으로 가져왔을 때 짐 헨슨의 이름이 어쩔 수 없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인형극 배우 집단인 ‘더 머핏’를 만들고, <더 머핏 쇼> <세서미 스트리트> 등을 제작한 헨슨 컴퍼니의 대표인 짐 헨슨은 1990년 폐 질환으로 숨을 거두기까지 프랭크 오즈와 함께 작업해온 동료다. 1990년 즈음 프랭크 오즈의 관련 기사엔 오즈가 짐 헨슨의 장례식에 참석했다는 내용이 빠지지 않는다. 1944년 영국에서 태어났지만 전형적인 아메리칸 드림을 꿈꾼 부모를 따라 8살 때 미국 몬태나주로 이주한 프랭크 오즈는 17살 때 헨슨의 권유로 처음으로 인형극 무대에 섰다. <지미 딘 쇼>를 시작으로 <아우어 플레이스> <인터내셔널 페스티벌 오브 애니메이션> 등 TV시리즈에 목소리를 빌려줬고 1965년엔 짐 헨슨이 연출한 단편영화 <타임 피스>에도 출연했다. 오즈는 항상 짐 헨슨과의 궁합을 중시했으며 “그가 지원해줬고, 모든 기회를 줬다”며 자신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도 헨슨에게 넘겼다.
그로버와 쿠키 몬스터, 그리고 버트
핑크색 드레스와 금발이 화려하게 빛나는 미스 피기, 빨간 코와 동그란 눈이 개구장이 같은 곰 포지 베어. 프랭크 오즈는 사실 영화감독보다 인형극 캐릭터로 더 유명했다. 1969년부터 현재까지 방영되는 미국의 어린이용 TV 쇼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 1976년부터 81년까지 TV를 탄 인기 프로그램 <더 머핏 쇼> 등은 그가 역시 목소리를 빌려준 요다의 <스타워즈> 시리즈와 함께 ‘미국의 교과서’라 불리는 작품들. 그가 연기한 인형 캐릭터는 그야말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세서미 스트리트>에선 무도사 같은 외모의 버트, 파란 깃털로 둘러싸인 쿠키 몬스터 등을 연기했으며, <더 머핏 쇼>에선 미스 피기, 포지 베어의 목소리로 출연했다. 이외에도 그는 인형 캐릭터의 목소리로 75편의 영화와 비디오용 영화, TV시리즈에 출연했다.
요다의 실제 주인공
많은 인형들에게 목소리를 준 프랭크 오즈지만 <스타워즈> 시리즈의 요다만큼은 그에게도 의미가 남다르다. 1979년 <더 머핏 무비>를 찍던 무렵 LA 촬영장에 짐 헨슨과 게리 쿠르츠(<스타워즈 에피소드5-제국의 역습> 프로듀서)가 나타났고 프랭크 오즈는 요다 역을 제의받았다. “보는 순간 어떤 캐릭터인지 파악됐다”는 그는 <스타워즈 에피소드5-제국의 역습>를 시작으로 <스타워즈 에피소드6-제다이의 귀환> <스타워즈 에피소드1-보이지 않는 위험>에 출연했으며, 요다 캐릭터를 CGI로 처리한 <스타워즈 에피소드2-클론의 공격>부터는 목소리만 빌려줬다. 그는 이후 “<스타워즈> 역사의 한 부분이 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밝혔는데 영화를 연출한 조지 루카스도 프랭크 오즈의 연기에 감동했다며 그를 오스카 조연상 후보로 노미네이트하기 위해 캠페인을 벌였다.
감독으로 데뷔, 영원한 웃음의 장인
프랭크 오즈 감독의 연출 데뷔작은 인형극 판타지 <다크 크리스탈>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이 영화의 감독은 짐 헨슨이라고 말한다. 헨슨 컴퍼니에서, 헨슨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이 영화는 헨슨의 색깔이 짙은 것도 사실이다. 이후 그는 헨슨 컴퍼니에서 <머핏 테이크 맨해튼>을 연출했고, 1986년엔 스티브 마틴, 빌 머레이 등이 출연하는 뮤지컬영화 <흡혈 식물 대소동>를 찍었다. 스티브 마틴과 재회한 1988년의 <화려한 사기꾼>, 빌 머레이 주연의 <밥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커밍아웃을 둘러싼 한바탕 소동극 <인 앤 아웃> 등은 프랭크 오즈가 감독으로서 자신만의 코미디 리듬을 성공적으로 완성해낸 작품들. 하지만 이후 프랭크 오즈는 본인의 표현대로 “죽 쑨(fucked up) 영화” <스코어>와 <스텝포드 와이프>를 남겼고, 2006년 자신만의 장기로 포장한 신작 <MR. 후아유>를 발표했다. “대작엔 젬병”이라고 고백하더니 역시 피해 갔다. <MR. 후아유>는 영국의 한 저택에서 일어나는 실내 소동극. 긴박하게 벌어지는 작은 에피소드들이 예측을 넘는 웃음을 준다. 2007년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