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피플 > 사람들
[한국영화박물관 전시품 기증 릴레이 18] 김기영 감독 영화 콘티북

<씨네21>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2008년 5월 영상자료원 내에 문을 열 한국영화박물관을 위한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전시품 기증 캠페인을 벌입니다. 열여덟 번째 기증품은 김기영 감독 장남 김동원씨가 기증한 김기영 감독의 영화 콘티북입니다.

‘컬트의 거장’이라 일컬어지는 김기영 감독, 하지만 그 명성이 저절로 얻어진 것은 아니다. 김기영 감독이 돌아가신 지 5년째 되던 해인 2005년 초, 김기영 감독의 유품들을 장남 김동원씨가 자료원에 기증해왔다. 기증된 유품들은 고인이 맞았던 최후의 순간들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여기저기 불에 타고 그슬린 자국들이 선명하다. 유품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김기영 감독의 콘티북. 콘티북만으로도 영화장면들을 충분히 떠올릴 수 있을 만큼 김기영 감독이 직접 그린 영화 장면, 장면의 이미지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의 콘티북들을 살펴보면 그만의 특색을 발견할 수 있다. 단순히 장면이 될 그림만 그린 것이 아니라, 영화 속 인물들간의 관계도, 표로 볼 수 있는 배역들과 그 배역의 과거-현재-미래의 이야기, 영화 <충녀>의 베드신 장면들에서는 격렬한 정사를 나누는 남녀의 땀방울까지 그려넣었다. 또 <이어도>에서 술집여자와 무녀가 천남석의 넋을 달래는 시퀀스는 삽화 옆에 해설까지 곁들였다. 콘티북을 보면 김기영 영화의 등장인물들의 관계나 장면 이미지들이 모두 철저한 시간적, 시각적 계산 속에서 고안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는 제작현장에서도 늘 콘티북을 끼고 다니면서 절대 다른 스탭들에게는 보여주지 않고, 장면마다 일일이 지시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치밀하고 독특한 태도가 그를 컬트의 거장으로 거듭나게 하지 않았을까. 한국영화박물관의 김기영 감독 유품을 통해 생전에 영화촬영에 임하던 감독의 치열한 태도를 생생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