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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대로 다 해. 뒷일은 내가 책임질게”

<The Carnival II: Memoirs Of An Immigrant> 소니BMG 발매

감지하신 분들도 있겠지만, 와이클레프 장의 이번 작품은 10년 전 발표되어 현재까지 블랙뮤직신의 평단과 마니아 모두에게 각광받고 있는 [The Carnival]의 속편 격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앨범의 성격까지 과거형으로 간 건 아니기에 “제목 때문에 샀어”라는 말을 하며 기대감을 가질 팬들에게는 보기 좋게 배신(?)을 때릴 가능성이 짙을 터. 이미 데뷔작에서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받아들이는 확장성과 샘플링 능력 등을 검증받은 그는, 이번 앨범을 통해 자기 주변의 뮤지션들부터 영역 밖에 있는 동지들까지 모두 규합하는 ‘슈퍼스타 군단’을 형성했다.

그럼 함께한 친구들을 쭉 훑어볼까? 일단 본작에서 공동 프로듀서로도 함께하고 있으며, 최근 [T.I. vs T.I.P]로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는 래퍼 티아이를 비롯하여 빌보드 차트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에이콘과 카밀리오네어, 윌아이엠 등의 가세는 어느 정도 감이 잡혔던 부분이긴 했다. 그러나 ‘시스템 오브 어 다운’ 출신의 세르이 탄키언이나 노라 존스, 폴 사이먼, 그리고 브라질 팝 스타 다니엘라 머큐리 등은 팬들의 예상을 완전히 역행한 라인업이다. 최근의 힙합 앨범들은 나왔다 하면 ‘슈퍼스타 총출동’ 모드로 나오는 게 많아서 이제는 유명 뮤지션들의 참여가 그렇게 스페셜한 것이 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내가 와이클레프 장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은, 참여시킨 게스트들을 주변인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만의 확실한 영역을 구축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결과는 앨범 작업 이전에 이미 함께할 친구들을 생각해놓은 다음 그들의 스타일을 집요하게 공부한 결과로 말할 수 있겠는데, 대표적으로 세르이 탄키언과 함께한 <Riot>의 기타 리프는 힙합의 리듬과 조우하여 힘찬 폭발력을 과시하고 있고, <Any Other Day>는 아예 노라 존스의 작품에 그가 참여했다고 해도 믿어줄 만큼 엄청난 화학적 수용력이 뒷받침되어 있다. 물론 카밀리오네어와의 합작 <Hollywood Meets Bollywood (Immigration)>도 마찬가지로 설명 가능할 것이고, 다른 피처링 멤버들과 함께한 곡들 모두 예외일 수 없다.

생각해보니 이전까지 ‘들러리’나 다름없는 슈퍼 피처링 진을 구축한 ‘겉만 번지르르한’ 블랙뮤직 앨범들 사이에서 가장 ‘온당한’결과가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윌아이엠의 신보, 다른 하나는 와이클레프 장의 본작인데, 공교롭게도(?) 이 두 앨범은 완전히 다른 접근법으로 만들어진 ‘상대적인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윌아이엠의 경우 최근 자신의 솔로작 [Songs About Girls]에서 스눕 독 외의 모든 친구들을 배제하고 거의 혼자 작업을 진행하여 자신의 색채가 앨범을 지배하는 ‘통일감의 온당함’을 얻어냈다면, 와이클레프 장의 신작은 모두가 함께 상호작용을 이루어낸, 이른바 ‘다원화의 온당함’을 수반한 경우다. 함께한 친구들에게 마치 “이봐, 같이 하기로 했으면 내 이름은 잊어버리고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보라고. 뒷일은 내가 책임질게”라고 약속이나 한 듯 말이다. 아, 또 한 가지, 앨범을 이야기하며 “힙합 마니아의 입장에서 견지해볼 때…”와 같은 말은 애초에 집어치우는 것이 좋다. 이미 그는 힙합이라는 제한된 영역에서 벗어나 날개를 활짝 편 지 오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