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12월18일 화요일 오후 2시 장소: 서울극장
이 영화
“예외없어. 세상에서 가장 꼬시기 쉬운 사람이 군대간 남자. 다음이 애인 군대 보낸 여자야.” 영화 속 대사가 모든 걸 말해준다.제아무리 피끓는 젊음도 피할 수 없는 게 군대. 돌이켜보면 ‘고작’ 2년 남짓이건만,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일이 일어나는, 그 어떤 시간보다도 길게 느껴지는 이 기간 동안 벌어지는 ‘남녀상열지사’가 <기다리다 미쳐>의 주인공이다. 세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 세대가 바뀌어 변화한 것을 고르게 배치한 영화 <기다리다 미쳐>는 정밀묘사보다는 점묘법으로, 21세기 커플의 현재를 묘사한다. 연상연하 커플(손태영, 장근석), 짝사랑 커플(장희진, 데니안), 캠퍼스 커플(유인영, 김산호), 막나가는 부산 커플(한여름, 우승민)까지 네 커플의 웃기고, 오해많고, 설레고, 씁쓸한 연애담이 빼곡하다.
말말말
“예전에 이 무대에 선 배우들이 왜 저렇게 떠나 싶었는데, 진짜 떨리네요.” -데니안 “우리나라 남녀 모두 가장 공감할 영화인 듯 싶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밖에 만들어질 수 없으니, 잘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산호 “반갑습니다. 부족하지만 영화를 찍게 해주신 대통령께 감사드립니다. 재미있으면 재밌게 봐주시고, 재미없으면 재미없게 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웃음) -우승민
100자평
훈련소에서의 이별, 훈련병 소지품 발송, 텁텁하지만 달콤한 건빵의 추억과 닭살스러운 면회와 씁쓸한 휴가의 기억…. 이 땅에서 20대 초중반을 보냈다면, 직접 경험 혹은 절친한 친구와 애인을 통해 한번쯤 경험했을 소재가 바로 군대 아니던가. 가장 절박하고 절절한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 소재를 다룬 이런 영화가 이제야 나왔다는 게 의아할 지경이다. 누구나 기억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지겹거나 끔찍하거나 지긋지긋하게, 안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을 군대인 만큼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온갖 음담패설과 유쾌하지 못한 온갖 찌질한 이야기들이 넘쳐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존재한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보다는 세월이 흘러서 달라진 것에 치중하는 영화 <기다리다 미쳐>는, 한없이 늘어지는 멜로드라마보다는 통통튀는 로맨틱 코미디로 관객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통해 그런 오해를 불식시킨다. ‘그 시절’을 앞둔 이들과 지나온 이들 모두 각자의 아련함을 가지고 즐길 만한, 이른바 ‘한국식’ 로맨틱 코미디인 셈이다. 라디오 프로그램의 애청자 엽서를 엿보는 듯한 공감대가 강점이지만, 모두가 아는 익숙한 이야기에 귀기울일 이유가 없다는 불평 또한 가능할 것이다. 오정연 <씨네21>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