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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의 필독 영화, <올 더 킹즈 맨>
ibuti 2007-12-21

1949년작

2006년작

서민과 가난한 자를 위한 정치개혁을 꿈꾸거나 말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그러나 개혁가가 말과 꿈을 실현하는 건 어렵기만 하다. 그 이유는 꿈의 실행 자체가 어려운 게 아니라, 실현 과정에서 정치인 스스로 개혁의 대상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성취의 달콤한 향기에 취한 자는 권력에 집착하게 되고, 그는 대개 타락과 부패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정치소설의 고전을 영화로 만든 <올 더 킹즈 맨>은 한 정치인의 성공과 파멸에 대한 이야기다. <올 더 킹즈 맨>의 내용은 프랭크 카프라의 ‘디즈, 스미스, 도우 3부작’을 잇고 있음이 분명하지만, 음산하고 어두운 기운은 영화를 카프라식 스크루볼코미디보다 당대의 누아르에 더 가깝게 만든다. 또한 주인공 윌리 스탁의 캐릭터를 실제 인물인 휴이 롱에서 따온 덕분에 <올 더 킹즈 맨>의 현실 풍자적이고 정치적인 면모는 보통의 정치드라마를 쉬이 넘어선다. 롱은 대공황 시기에 주지사와 상원의원을 맡아 서민과 빈민층을 위한 정책을 펼쳤던 반면 엄청난 부패와 비도덕적 행위를 저지른 끝에 암살당한 인물이다. 롱의 서민정책에 따라 루이지애나 주립대학의 교수로 채용됐던 로버트 펜 워런은 롱을 모델로 해 <올 더 킹즈 맨>을 썼고, 소설은 그에게 첫 번째 퓰리처상을 안겨주었다. 소설이 세상에 나온 얼마 뒤 로버트 로센이 영화화한 <올더 킹즈 맨>은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여주조연상을 받았으며, 2006년에는 사회 문제를 틈틈이 다뤄온 스티븐 자일리언이 영화화에 다시 도전했다. 2006년 버전이 일부 인물들의 관계에 변화를 주긴 했으나, 두 영화의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중요한 대사의 경우 원작의 것을 그대로 따랐음은 물론이다. 두 영화를 보는 현대의 관객은 수십년 전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감안하더라도 내용이 교과서같이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귀족정치에 대항한 풍운아이자 가난한 자의 이상향을 시도한 이상주의자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함정에 빠지게 된다는 이야기는 시간이 흘러도 매력을 잃지 않는다. 게다가 그러한 철학적인 주제가 아니더라도, <올 더 킹즈 맨>은 정치라는 더러운 게임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국민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작품이다. 극 초반, 스탁은 “여러분의 의지가 내 힘이고, 여러분의 필요가 내 정의입니다”라고 말한다. 그처럼 유권자를 항상 맨 앞에 두는 척하고 자신의 신념과 믿음만이 올바르다고 주장하는 자세는 현대의 정치인에게도 여전하다. 그런데 우리의 영웅은 대부분 비뚤어지게 마련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스탁은 “깨끗한 인간은 없어. 사람은 죄악으로 잉태되어 타락한 채 태어나는 거야”라고 응수하는 인물로 변해간다. 그렇다면 그들 정치인의 공허한 야망 앞에서 우리 국민은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워런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점과 함께 영화의 또 다른 주제인 ‘민주주의 사회와 무지’에 관해 역설했다. 우리는 보통 우리가 모르는 일로 인해 상처받을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올 더 킹즈 맨>은 우리가 모른다는 것은 우리가 틀렸다는 걸 의미하는 것임을 깨우쳐준다. 민주주의에서 무지와 무관심은 개인의 편의를 봐주는 이상적 상황이 아니라 죄악에 다름 아니며, 민주주의에서 자신의 권리를 잊고 사는 것은 스스로의 무가치함을 인정한다는 것을 뜻한다. 투표도 그런 권리 중 하나다.

2006년 버전 <올 더 킹즈 맨>의 DVD에는 볼 만한 부록들이 많다. 다른 결말을 포함한 삭제장면(22분), 메이킹필름(7분), 루이지애나 로케이션 현장(9분) 등 영화의 제작과 관련된 부록과 원작 소설 소개(13분), 영화의 주제 파악하기(11분), 휴이 롱에 대한 깔끔한 기록물 ‘휴이 롱의 전설과 교훈’(23분)은 모두 놓치기엔 아까운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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