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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박물관 전시품 기증 릴레이 15] 무비올라 편집기

<씨네21>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내년 5월 영상자료원 내에 문을 열 한국영화박물관을 위한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전시품 기증 캠페인을 벌입니다. 열다섯 번째는 정창화 감독이 기증한 무비올라 편집기입니다.

서로 다른 시공간의 컷들을 자르고 붙여 전혀 다른 의미를 만들어내는 편집. 때로는 마법으로까지 느껴지는 편집이야말로 어쩌면 영화를 가장 영화답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최근에는 편집의 과정이 디지털화되어 대부분 컴퓨터상에서 이루어지지만 웬일인지 ‘영화 편집’ 하면 여전히 두손으로 필름을 길게 뽑아 들고 컷을 살피거나, 기계에 넣고 자르고 붙이는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정창화 감독이 기증한 ‘무비올라’ 편집기는 ‘스텐벡’과 더불어 필름을 자르고 붙여 마법과도 같은 빛나는 순간들을 만들어내던 아날로그 시대의 대표적인 편집기이다. 기계 아래에 달린 받침을 누르는 발의 압력으로 필름을 앞으로 가게 하거나 되감거나 할 수 있었는데, 필름을 초당 24컷 혹은 18컷의 속도로 돌아가게 해서 뷰파인더로 살필 수 있게 만들어졌다. 정창화 감독이 기증한 무비올라는 1950~60년대 할리우드에서 실제로 사용됐던 것으로 영화박물관을 위해 직접 구해 기증한 것이다. 1960년대 영화왕국을 이뤘던 ‘신필름’의 편집실에는 할리우드에서 가져온 무비올라가 4대 있었고, 그곳에서 자르고 이어붙인 필름들이 매년 30편이 넘는 전성기 신필름의 영화들을 탄생시켰다고 한다. 물론 정창화 감독이 기증한 무비올라 편집기는 당시 한국영화 현장에서 직접 사용됐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바다 건너 할리우드의 어느 편집실에선가 사용되었을 세월의 흔적이 본체 여기저기서 묻어나는 구형 편집기에서 비슷한 시기 한국영화의 현장을 채웠을 땀과 열기의 자취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