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씨네블로거 BEST4] 영화를 읽는 사회과학적 시선
주성철 2007-12-13

‘굿모닝 대디 굿나잇 마미’의 김신식

블로그 주소:

“<씨네21> 블로그 같기도 하고, <한겨레21> 블로그 같기도 하고.” 이 아리송한 말은 ‘굿모닝 대디 굿나잇 마미’ 블로거인 김신식씨의 자평이다. 그는 현재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취업준비생이다. 그만큼 그의 블로그에는 영화 얘기 외에도 정치, 사회를 포함해 TV와 광고 등 여러 대중문화의 갈래들을 아우르는 글들이 많다. 삼성 애니콜의 새로운 광고를 보고 ‘애니밴드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6년 만에 돌아온 박진영에게 ‘정치적 딴따라’라고 말하는 그의 글들은 물론 스펙트럼도 넓지만 글의 수준도 상당하다. 몇달 전 노현정과 김옥빈에 대해 쓴 글은 열띤 논쟁을 끌어내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씨네21>의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코너를 웹상에서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씨네21> 블로그 섹션에서 그의 블로그가 인기를 끄는 이유도 그러한 점에 기인한 바 크다. 그 역시 다른 블로거들처럼 시작은 소박했다. 2005년 12월14일 곽경택 감독의 <태풍>을 보고 리뷰를 올린 게 첫 번째 포스팅이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습작 노트를 넘어 ‘잘 꾸며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던 것이다.

이후 블로그를 통해 웹진 <매거진t>의 리뷰어로도 활동하게 됐고, 현재 담당교수도 <씨네21> 영화평론 공모 수상자였던 염찬희씨라 그가 말하는 <씨네21>과의 인연은 질기다. 게다가 올해 1월부터는 매달 <씨네21> <필름2.0> <무비위크>, 세 잡지의 기사들을 꼼꼼히 비교하는 글을 올려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졸업 준비 때문인지 지난 10월은 쉬었지만 앞으로도 빠짐없이 포스팅하려고 한다. 그가 학생이기 때문에 생긴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성공회대에서 주최한 ‘문화읽기와 글쓰기’라는 대회에서 수상한 적이 있는데, 꽤 글이 준수해서 심사를 맡았던 교수가 베껴 쓴 것은 아닐까 하고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었다. 급기야 교수가 웹서핑을 하다가 똑같은 글을 찾게 돼 문제가 됐는데, 알고 보니 그 블로그가 바로 ‘굿모닝 대디 굿모닝 마미’ 바로 자신의 블로그였던 것이다.

블로거로서 그에게 최근 가장 많은 고민을 던져준 것은 바로 <디 워> 논란이다. “단순히 평론가는 나쁘다, 대중은 좋다는 구도는 위험한 발상이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며 “그 중간을 차지하는, 그러니까 비평가라는 프로페셔널한 위치도 아니고 마냥 수동적인 소비의 객체도 아닌 이른바 ‘사이버 시네필’의 존재에 주목하고 싶다”는 게 그의 얘기다. 여러 교양과 정보를 수집해 적절히 재구성하고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을 확보한 인터넷 집단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는데, 그 과도기적 상황이 기형적 형태로 돌출된 것이 지난 <디 워> 논란이었다는 얘기다. 그가 우메다 모치오가 말한 ‘웹 진화론’에 주목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를 확장해 그는 블로그를 ‘투명인간의 산소호흡기’로 정의한다. 미디어라는 공적 영역과 반면에 자신의 속내와 비밀을 마음껏 털어놓은 사적 영역이 격렬하게 교차하는 곳이 바로 블로그인 것이다. 이처럼 그에게 블로그는 언제나 새로운 질문을 던져주는 흥미로운 학습 공간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포스트

평론가, 씨네필, 그리고 팝콘청년

나날이 변화하는 21세기 미디어 트렌드 중에서 생비자(prosumer)라고 하는 위치에 관심이 많다. 그런 생각에서 나온 포스트가 바로 지난해 9월22일에 올렸던 ‘평론가, 씨네필, 그리고 팝콘청년’이었다. 발터 베냐민의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이란 글을 좋아하는데, 베냐민은 일찍이 “관중은 카메라에 나타난 배우와의 거리감을 통해 비평가의 태도를 취할 수가 있게 됐다”고 말한 적 있다. 그 대목을 참 좋아하는데 지난 8월 <디 워>에 대한 논란을 지켜보면서 단순히 ‘평론가 vs 대중’이라는 구도로 환원하는 것을 상당히 표피적인 인식이라고 생각했다. 거기에는 7천원 내고 왜 숨겨진 의미를 찾아야 하는지 항변하는 관객을 나는 ‘팝콘청년’이라 표현하고 싶은데, 이런 의견들이 사실은 가장 솔직할뿐더러 그들이 가장 경계하고 싫어하는 대표적인 사람들이 바로 평론가집단이다. 문화연구가 레이먼드 윌리엄스가 말한, 전문적 지식으로 무장하고서 ‘유일하게 말할 권리’를 지닌 이들이 바로 평론가들이라면 이들간의 불신은 상당하다. 그리고 그 간극이 주는 괴리감 또한 심하다. 나는 영상-텍스트의 메시지를 자신의 목소리로 해독하려는 대중의 능동성이라고 할까(물론 다 능동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이른바 영상담론을 형성하는 3주체인 평론가와 시네필, 그리고 팝콘청년의 관계가 흥미롭다. 그런 점에서 <씨네21>의 독자편집위원회에 관심이 많다. 또 현재 <씨네21> 블로그는 다른 블로그 서비스들에 비해 비밀글 쓰기 같은 것도 안 되는데, 좀더 정교한 블로그 활성화 방안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