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주소:
부동의 1위. 물론 이런 표현이 적절하진 않겠지만 <씨네21> 블로그 섹션에서 다카이 오사무가 운영하는 ‘한 일본사람 눈으로 보는 일본영화’는 최고 인기 블로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카이 오사무(高井修)라는 이름의 한자어를 그대로 한국 이름으로 쓰고 있는 그의 블로그는 일본영화와 연예계에 대한 최신 정보는 물론, 일본어가 유창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감히 접근하기 힘든 흥미로운 인터뷰들도 손수 번역해 올려주시니 그야말로 더없이 소중한 블로그다. 그는 프리랜서 필자로서도 명성이 높은데, TV웹진 <매거진t>에 연재하고 있는 ‘나는 오사카의 TV오타쿠’는 수많은 고정팬들을 거느린 인기 코너다.
고정수씨가 처음 <씨네21>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4년 처음으로 인터넷을 시작하던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그 이전에 <쉬리>(1998)를 통해 한국영화에 눈뜨고, 곧장 재일 한국인이 운영하는 비디오 가게에 가서 한국영화 비디오를 빌려보면서 한국어를 익히며 한국에 ‘중독’되게 된 과정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씨네21> 홈페이지에 가끔 영화 리뷰를 올리는 것으로 그 사랑을 표현하기 시작한 그는, 이후 <씨네21> 블로그가 개설되고 자신의 블로그를 만들면서 점차 조회 수 높은 인기 블로거가 됐는데 “처음에는 블로그 이름 그대로 한달에 한편 정도 한국영화 리뷰를 올릴 생각이었는데, 댓글이 달리고 계속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게 즐거워 지금에 이르게 됐어요”라고 말한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댓글이란 게 뭔지도 몰랐고, 블로그에도 단지 ‘영화읽기’라는 코너밖에 없었지만 ‘어색하나마’ 번역글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카테고리가 늘어나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한국영화에 대한 사랑도 크지만 고정수씨는 스스로 ‘가라타니스트’라고 말할 정도로 일본의 비평가이자 사상가인 가라타니 고진의 열렬한 팬이기도 하다. 가라타니의 글을 아끼는 그는 “난 영화 마니아 이전에 책벌레”라며 “앞으로 더 많은 재미있는 책을 소개해주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 좀 아쉽다”라고 말한다. 그렇다 해도 가라타니 고진, 사카모토 류이치, 무라카미 류의 대담 같은 희귀한 번역글이나 아무로 나미에의 인터뷰부터 스와 노부히로 감독의 신작 인터뷰에 이르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그의 블로그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다. 그에 대한 고마움이었을까. 그의 블로그에는 한국의 블로거 친구들로부터 받은 선물 소식으로 가득하다. “며칠 뒤 또 한 블로거를 오사카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블로그를 하지 않았으면 절대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없었겠죠.” 그렇게 그는 자신의 블로그가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영화를 통한 ‘만남의 광장’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포스트
<15소년 우주표류기>가 맺어준 인연
2005년 8월 elisse님께서 블로그에 <15소년 우주표류기>에 관한 질문을 올린 적이 있다. 1980년에 나온 그 한국 애니메이션을 동생과 무척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나는데 결말이 궁금하다는 것이었다. 항상 좋은 글로 나를 즐겁게 해주었기 때문에 나도 뭔가 도와줄 일이 없을까 해서 여러 가지를 조사하다가 그 애니메이션이 <宇宙まぼろし城>라는 제목으로 일본에서도 방송되고 게다가 비디오까지 출시된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혹시나 비디오가 출시되지 않았을까 여러 사이트를 뒤졌는데, 한 중고 비디오 판매 사이트의 리스트에 있는 걸 발견했다. 그것도 하나만! 그런데 내가 산 비디오의 패키지에는 제작연도와 국가에 대해 ‘1982 中華民国’이라 적혀 있었다.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는 지금도 의문이다. 하여간 그때부터 나에게는 하나의 소망이 생겼다. 바로 그 비디오를 elisse님께 보내 드린다는 것이었는데, ‘마음만으로 고맙다’고 해서 결국 보내지 못했었다. 또 알게 된 지 (그것도 인터넷상으로) 반년이 채 안 되는 분에게 주소를 여쭤보는 것도 좀 그렇고 해서 나로서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뒤 약 2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그 기간을 통해 elisse님에 대한 존경심이 점점 커져가 늘 내 눈앞의 책장에 꽂혀 있는 <宇宙まぼろし城>을 보면서 역시 이 비디오는 elisse님이 소유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는 마음이 강해졌다. 그렇게 2년 만에 주소를 알아내 비디오를 보내드렸고 또 elisse님한테서 책을 선물받았다. 블로그라는 매체로 머나먼 곳에 살고 있는 분과 이런 교류를 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았다. 어떻게 보면 너무 신기한 일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