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너 팬톤(1926~98)은 ‘유기적인 가구디자인 미학’의 대명사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채를 가구에 자유자재로 접목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유선형 혹은 웨이브로 마감된 라인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의 몸짓을 보는 듯 생동감마저 넘친다. 그러면서도 그의 디자인은 너무나 편안한 휴식을 선사하며 가구 고유의 기능성까지 완벽하게 구비해 독보적인 찬사를 받고 있다.
이번 <20세기 디자인 혁명_베르너 팬톤전>은 단일작가 디자이너 전시로는 국내 최대 규모이다. 단지 2008년 예술의전당 20주년을 기념해 세계 디자인의 주요 경향을 국내에 소개하는 ‘세계 디자인의 흐름’ 의 여섯 번째 기획전이란 점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디자인미술관으로서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비트라디자인미술관의 수준 높은 팬톤 소장품과 관련 자료들은 ‘20세기 디자인 혁명’의 생생한 감흥을 깊이있게 전해주리라 기대된다. 또한 베르너 팬톤이 생애 전반에 걸쳐 제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으며, 1950년대 중반에서 70년대 중반에 걸친 대표작은 그의 전성기 디자인의 매력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건축을 통해 ‘디자인’이라는 자신의 노선을 발견한 팬톤은 덴마크 푸넨 출생이다. 1950년대 유럽에서 건축가이자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팬톤은 당시 신소재였던 플라스틱을 재료로 자신만의 독창적이고 기하학적인 형태의 가구(Cone Chair)를 디자인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팬톤의 작품세계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룸 디자인(Room Design)이다. 1960년대 후반부터 바닥, 벽, 천장, 가구, 조명, 텍스타일을 한 공간에 완성시키는 ‘인테리어 디자인’ 역시 그런 연장선이었다. 이렇듯 이전의 구태의연한 소재와 디자인 패턴에서 탈피해 신소재를 과감히 사용함으로써 디자인의 새로운 혁명을 주도해나갔다.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다양한 의자가구와 램프 디자인은 저명한 제조사의 러브콜을 받아 전세계에 보급되고 있으며, ‘화분 모양’(Flower pot) 램프나 ‘팬톤 의자’(Panton Chair)는 현대 가구디자인의 베스트셀러 아이콘으로 인식된다.
전시구성은 크게 네 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나뉜다. 우선 팬톤의 가구 컬렉션의 하이라이트를 보여주는 ‘Furniture’, 빛이 발하는 조각과 벽체 표현으로 다양한 가구와 조명 작품들을 중심으로 조명의 감성적인 효과에 주목한 ‘Lamp’, 텍스타일 디자인을 통해 일상의 전형적인 공간의 개념을 벗어나 하나로 조화로운 ‘판타지룸’으로 재구성한 ‘Textile’, 끝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 이뤄진 팬톤의 후기작품으로 구성한 ‘Late works’ 등이다. 특히 말년의 작품들은 그의 디자인 전 생애를 새롭게 회고하고 플라스틱의 풍부하고 원색적인 색채미학을 재인식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외에도 이번 전시를 총괄한 큐레이터와 관련 전문가가 참여한 심층적인 세미나와 어린이들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으로 현장교육 워크숍이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