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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박물관 전시품 기증 릴레이 13] 1940년대 영화자료

<씨네21>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내년 5월 영상자료원 내에 문을 열 한국영화박물관을 위한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전시품 기증 캠페인을 벌입니다. 열세 번째는 ‘(재)가와깃타기념영화문화재단’의 협조를 받아 복제한 1940년대 영화자료입니다.

‘3천만의 연인.’ 1930~40년대, 최고의 스타로 군림하며 시대를 풍미했던 여배우 문예봉을 부르던 이 애칭은 당시 그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케 한다. 날렵한 얼굴선과 살짝 올라간 눈매가 인상적인 그가 뿜어내는 기운과 자태는 스크린에서 더욱 빛나는 여배우 그 자체였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유성영화 <미몽>에서 자유를 위해 가정을 버리고 거리로 뛰쳐나가는 원조 자유부인으로 치명적인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던 문예봉이지만 사실 그의 주된 이미지는 <나그네>에서와 같은 청순하고 가엾은 여인의 모습이었다. 최인규 감독의 1941년작 <집없는 천사>에서는 조금은 속물 같지만 근본은 착한 아내라는 또 다른 면모를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에는 문예봉뿐 아니라 김신재 역시 출연하고 있는데 김신재는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로 관객을 사로잡은, 당대의 ‘국민여동생’에 해당하던 스타였다. 현대적으로 디자인된 문예봉과 김신재, 두 걸출한 스타들의 모습이 눈길을 끄는 영화 포스터는 가와깃타기념영화문화재단에서 보유하고 있던 원본 자료들을 복제한 것이다. 영화의 촬영감독 김학성에 관한 다큐멘터리 <두 얼굴의 이름을 가진 남자: 김학성, 가나이 세이치>를 연출한 다나카 후미히토 감독의 소개로 가와깃타재단에 <집없는 천사>를 비롯한 <복지만리> <수업료> 등 식민지 시기 영화들의 포스터와 스틸들이 박스째 쌓여 있음을 알게 됐고, 가와깃타재단의 도움으로 모든 자료를 무상으로 복제할 수 있었던 것. 그렇게 수집된 스틸 자료 한장마다 범상치 않은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문예봉과 김신재, 그 모습에서 한 시대를 사로잡았던 최초의 스타들의 흔적을 만날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