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 감독이 연극 연출을 한다는 게 낯설었다. <연극열전2>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 =올해가 충무로에 온 지 10년째다. 그런데도 여전히 나는 B급이고 이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특히 내가 배우를 관찰하지 못하는 관성이 있는 것 같더라. 보통 감독은 동사로 이야기하고 배우들은 형용사로 반응하는데, 내가 먼저 형용사로 표현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배우와 좀더 밀접한 관계를 가져야겠더라. 그래서 평소 연극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조)재현씨가 좋은 기회를 준 것이다.
-<늘근도둑이야기>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동안 보았던 여러 작품들 가운데 가장 행복했던 연극이다. 영화를 처음 시작할 때는 나의 행복을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영화는 관객의 행복을 염두에 둬야 하는 작업이더라. <늘근도둑이야기>는 만드는 사람들도 행복하지만 관객도 행복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관객으로서 작품을 대하는 것과 연출자로서 바라보는 입장은 다를 것 같은데. =다른 것도 있지만 특별히 원작과 다르게 만들겠다는 생각은 없다. <늘근도둑이야기>는 원작자인 이상우 선생님이 워낙에 잘 쓰신 작품이라 기본만 지켜도 훌륭할 수 있다. 다만 내가 가지고 있는 영화적인 습성이 드러날 때가 있어서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첫 리딩 때 배우들과 이야기를 하는데, 영화용어가 막 나오더라. (웃음) 하지만 나는 영화적으로나 연극적으로나 아직 스타일이라는 게 없는 사람이다. 단지 배우들이 가진 힘을 끄집어내는 조력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할 생각이다.
-<늘근도둑이야기>는 배우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연극이다. 박철민과 박원상에게 거는 기대가 클 것 같다. =나랑 영화 두편을 같이 한 배우들인데, 왠지 내 영화를 통해서 그리 잘나간 것 같지 않아 미안한 마음도 있다. (웃음) 다들 바쁜 분들인데 흔쾌히 응해준 점이 너무 고맙다. 물론 내년 영화편수가 많이 준 것도 도움이 된 것 같다. (웃음) 특히 최덕문씨는 신혼여행도 포기하고 연습에 참여한다. 다들 나보다 연극에 있어서는 경험자고, 어떤 분은 나이도 많지만 가끔씩 기특해 보일 때가 있다. (웃음)
-<늘근도둑이야기>는 2004년 공연 당시 대학로 돈을 다 쓸어간다고 했을 정도로 흥행한 작품이다. 그 점이 부담스럽지는 않나. =나의 연출보다는 배우들의 내공이나 힘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여줄 것이다. 관객이 배우를 보러 오든 연극에 대한 소문 때문에 오든 안 보면 후회하고 보면 행복한 연극으로 만들고 싶다. 이 작품이 돈을 쓸어가기보다는 관객에게 행복을 쓸어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