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연극열전> 이후 3년 만에 연출하는 연극이다. 돌아온 기분이 어떤가. =아무래도 상업적 부담감이 영화보다는 덜하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무시 못할 고민이 많다. 하지만 평소 무대 밖에서 친했던 사람들과 만나는 게 즐겁다. (강)성진씨는 평소 야구장에서 자주 만나는 사이고, 김원효 선배나 이상훈씨는 10년 전부터 함께 으샤으샤했던 분들이다. 지금 와서 함께 작업을 한다는 게 나로서도 뿌듯하게 느껴진다.
-유화이를 한채영과 장영남이 더블캐스팅으로 연기한다. 한채영은 어떤 계기로 캐스팅했나. =채영씨는 예전부터 친한 사이였고, 언젠가는 함께해보자고 이야기했었다. 물론 나도 연극에서 채영씨를 만날 거라고는 생각 안 했다. 본인이 가진 부담을 연출 입장에서도 충분히 알고 있다. 연극은 해본 적이 없지만, 주인공을 해본 배우로서 갖고 있는 책임감은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막상 무대에 올라가면 연습 때 하지 못한 것들까지 보여줄 것이다.
-<서툰사람들>은 지난 10년 동안 부산에서 장기공연된 작품이다. 그런 점이 부담스럽지는 않나. =사실 부산에서 만든 <서툰사람들>을 본 적이 없다. 10년 동안 어찌 살다보니 기회가 없었다. 잊을 만하면 한번쯤 작가료라며 돈이 입금되곤 했다. (웃음) 사실 걱정이 많다. 부산에서 만들어준 분들이 서울까지 와서 공연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인 것 같다. (웃음)
-20대에 쓴 희곡이다. 지금 와서 볼 때, 그때와는 다른 시선으로 보았을 것 같다. =사실 내가 쓴 연극이 대부분 20대 만든 작품이다. 특히 <서툰사람들>은 군대에서 제대를 3주 정도 앞두고 아무 고민없이 쓴 작품이다. 그맘때의 군인이 무슨 고민이 있었겠나. (웃음) 하지만 지금 다시 보니 너무 착하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더라. 도둑인 덕배가 화이에게 물을 먹여주는 것처럼 ‘닭살’이 돋는 부분들은 다 덜어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왜 벽이 있어야 하냐고 질문하는 부분인데, 사실 <서툰사람들>의 내용 자체가 그런 것 아닌가. 그걸 굳이 애써서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싶더라.
-장진 감독이 연출한 <아름다운 사인>이나 <택시드리벌> 같은 연극처럼 <서툰사람들>도 매우 교훈적인 작품이다. =나 자신은 의식 못해도 묻어나는 게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경쾌하고 재기발랄한 것으로 밀고 갔던 것들이 나이가 드니까 경박스럽게 보이기도 하더라. 이제는 진중하고 한적한 느낌으로 작품을 대하게 된다. 아마도 내후년 정도에 만들 신작은 이전 작품과는 많은 차이가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