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연극의 대출장부에 기록된 가장 큰 채무자일 것이다. 사진을 이어붙여 탄생한 영화를 연극이 중간극의 형태로 품는 동안 영화는 공간을 디자인하고, 배우의 연기를 만들어내는 법을 배웠다. 아마도 충무로와 대학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1990년대 후반 극단 차이무가 송강호를, 한양레퍼토리기 설경구란 걸출한 배우를 충무로에 안겼으며 명계남, 최종원, 권해효 등의 연극계 스타들은 한때 한국영화에 불어닥친 조연배우들의 전성기를 일구어냈다. 배우뿐만이 아니다. 장진이나 김지운 같은,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로 무장하여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도왔던 감독들 역시 연극을 기반으로 성장한 작가들이었다.
하지만 대학로로 대표되는 한국의 연극은 영화에 자양분을 내주고 말았을 뿐, 한번도 빚독촉을 해본 적이 없다. 한국 연극의 침체가 그렇게 무사안일한 재정관리 때문만인 것은 아니지만, 돌아온다는 기약없이 떠난 연극계의 인재들이 다시 대학로를 찾지 않은 것은 분명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오는 12월7일부터 1년여의 여정을 계획한 <연극열전2>는 대학로의 충무로를 향한 흥미로운 빚독촉이다. 기존에 연극과 영화를 오가던 배우들은 물론이고 한번도 무대를 밟아본 적 없는 영화배우들과 역시 남몰래 연극에 갈증을 느끼던 영화감독들이 총 15편의 작품을 통해 대학로를 찾는다. 또한 <연극열전2>는 충무로의 스타들을 참여시킨 것 외에도 1회보다 더 체계적인 마케팅과 작품 개발로 한국 연극의 질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금 대학로에는 어떤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일까. 지난 2004년에 시작된 <연극열전>의 탄생배경부터 <연극열전2>에 참여하는 장진 감독과 김지훈 감독의 이야기를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