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편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있는 자밀라.
방송 1주년을 관통한 KBS2 <미녀들의 수다>는 여전히 ‘와글와글’한 지뢰밭에 살고 있다. 월요일밤 예능프로그램 삼파전에서 제일 잘나가고 있고, 제작진 스스로도 ‘이제는 자리를 잡았다’고 자평할 정도가 됐지만, 시청자 사이에서는 여전히 초창기 시절 못지않은 뜨거운 수다 연장전을 유도 중이다. ‘그러려니’하며 닥치고 보거나, ‘그만 항복’을 외치며 채널을 돌려도 괜찮을 텐데 <미녀들의 수다>에는 어떤 식으로든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특별한 힘이 있는 모양이다.
주빈인 외국 여성들에 대한 진행자 남희석과 남자 패널들의 대응 방식을 에두른 ‘투덜투덜’은 단골 아이템. 발언권 부여 등에서 외모만 너무 따지는 듯한 MC의 차별대우, 방송 내내 가위질해도 무방한 코멘트에 그치는 패널들의 영양가 없음 등은 심심하면 불거지는 지적사항이다. 프로그램 전반의 강약을 조절해야 하고, 준아마추어 방송인인 미녀들에게 캐릭터와 적극적인 토크도 끄집어내야 하는 등 이래저래 바쁜 MC한테 요구사항이 과하다 싶기도 하다. 그러나 방송 도중에도 ‘오빠’라 스스럼없이 불리는 진행자 및 남성 출연진이 한국어가 서툰 외국 여성들을 어디에 놀러온 징그러운 아저씨들마냥 우월한 시선으로 살갑게 대하거나, 국적이 다른 그들을 신기하게 구경하는 등 두 종류의 태도에 머물고 있는 점은 소 귀에 경 읽기인 듯 참 질기도록 변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불끈의 뒷담화는 여성시청자들이 동성인 미녀들을 통해 우리네 남성들의 몸에 밴 어쩔 수 없는 시선을 얼마나 절절하게 느끼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한편, 여성 대 남성이 아니라 한국인 대 외국인의 대칭 관계에서 비롯한 테마가 도마에 오르는 경우도 있다. 일본 여성 사유리는 청와대를 ‘노무현씨 집’이라고 말했다가 감히 우리 대통령을 비하하려는 것이냐는 원성을 들었다. 시간 외 은행수수료 등 외국인의 시선에서 한국의 납득 안 가는 문화, 제도 등을 거침없이 지적하면 ‘그렇게 꼬치꼬치 따지려면 당신 나라로 돌아가세요’ 같은 살벌한 반발로 이어질 때도 있다. 원년멤버 중 에바, 사오리 등 메이저급 연예인을 배출하기도 한 이 프로그램은 새로운 스타 후보로 자밀라라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여성을 새롭게 내밀어 편애의 스포트라이트를 가하며 벌떼 같은 항의와 관심을 사고 있는 상태이다. 최근 방송에서 진행자는 도미니크의 강도 폭행 경험담이 공개된 뒤 잠시 안타까워하는 것 같더니 하필 자밀라의 외적인 매력으로 급격히 화제의 무게중심을 이동해 사회적인 이슈를 묵살한 것 같은 시추에이션을 연출했다. 여기에 한국에 온 지 한달 됐다는 자밀라의 자기소개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도 맞물리면서 이 프로그램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트러블과 이슈를 생산 중이다. 방송이라는 광장에 나온 이는 기본적으로 주목받기 위한 존재이고, 그것에 성공했을 때 부가적인 이익을 확대재생산되는 게 순리인데 시청자는 스타를 만들려는 이 프로그램의 제작진이나 스타가 되려는 외국인 여성에 관해서는 유난히 엄격하게 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단조로운 구성, 별 재미나 수준도 없는 사족의 자막 플레이, 테마의 경중을 순발력있게 캐치하지 못하는 진행 등 <미녀들의 수다>는 끊임없는 불만을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90%의 응어리(콤플렉스+선입견+스트레스 등) 해소용 잡담과 10%의 진지한 공감 및 반응으로 이뤄진 이 프로그램에 관한 수다도 <미녀들의 수다> 그 자체와 그리 다르지는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