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경제에 오랜 기반을 두고 살았던 우리는 땅에 대해서 거의 절대적인 애착을 가지고 있다. 토지가 거의 절대적인 자본을 형성하게 된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반도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무역의 대상국이 없었던 이유가 가장 큰 듯하다. 흔히 반도적 특성을 들어 이탈리아와 한반도의 유사성을 얘기하지만 어불성설이다. 이탈리아는 유럽과 아프리카가 거대하게 펼쳐져 있지만 우리는 많이 다르다. 얼핏 개괄해도, 북으로는 약탈을 일삼는 유목민들이고, 바다 건너에는 국가 개념이 없는 일본이 있을 뿐이다. 단지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가 서쪽 바다 건너 존재하고 있는 게 다다. 이런 상황에서 토지는 가장 유력하고 유일한 재화가치의 생산수단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토지사유제는 언제나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 근대 이전의 신분제하에서도 그랬고, 근대 이후 토지개념을 정립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더욱 혼란스러웠다.
베버는 유럽경제사에서 상인이나 금융업자로 특이한 지위를 차지해왔던 유대인들의 생활상을 예로 비합리적이며 종교나 도덕적으로 비천하게 여겼던 생산활동을 천민자본주의로 규정했다. 그에 빗대어 말하자면 한국의 자본주의는 부동산자본주의 혹은 부동산천민자본주의로 규정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부동산자본주의는 노동에 의한 재화가치를 생산하지 않고 지가의 차액을 노리며 불로소득을 챙긴다. 이렇게 챙긴 불로소득은 결국 일하는 사람의 소득을 빼앗아가고 일하는 사람들이 낸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많은 정부사업의 예산을 갉아먹는다. 일례로 정부가 판교 택지개발지구를 계획하며 땅주인들에게 보상한 토지매입 총액은 2조원이 넘는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1% 정도 되는 최고 부자들이 우리나라 토지의 전체 사유지 중 40% 내외를 보유하고 있고, 공시가 6억원 이상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 중 71%(전체인구로 보면 3%에도 미치지 못한다)가 2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그들이 만약 정당하게 세금을 낸다 해도 이것은 큰 문제다. 그런데도 이들은 종합부동산세가 너무 많다고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다. 헨리 조지의 말대로 ‘생산력은 증가하는데도 빈곤이 발생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토지사유제는 생산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는다.
지대조세제는 이러한 토지사유제의 단점을 극복하는 동시에 시장경제도 살리기 위한 제도이다. 지대조세제는 토지소유자에게서 정부가 연간 임대가치를 받아내어 정부수입의 최우선으로 두는 제도이다. 말하자면 마치 토지사유제에서 토지소유자에게 토지임대인이 일정한 임대비를 내듯이 지대조세제에서는 토지 소유자가 정부에게 임대비를 내게 된다. 그렇다면 토지국유제와 별반 다를 것 없이 느껴지지만 그렇지 않다. 토지국유제에서는 토지에 대한 개인의 권리 주장이 허용되지 않지만 지대조세제에서는 토지소유자가 토지에 일정한 건물을 지을 수도 있고, 임대할 수도 있으며, 타인에게 팔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토지소유로 인한 수익이 사실상 없게 된다. 하지만 지대는 여전히 존재하고 상승한다. 왜냐하면 토지만으로 얻는 수익은 없지만 토지를 사용할 경우 생기는 이익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즉 목좋은 땅은 여전히 존재하며 그 가치는 여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기용으로 토지를 사두는 병폐가 사라지게 된다. 왜냐하면 토지를 놀리거나 토지생산성이 미미한 상태로 방치한다면 토지소유자는 지대세 납부로 손실을 입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토지소유자는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임대하게 될 것이고 이렇게 하면 토지의 사용이 촉진된다. 적어도 지금과 같이 토지를 몇 십년씩(일산 같은 신도시에도 그런 땅이 널렸다. 그런 땅은 대부분 인근 주민들이 텃밭을 가꾸는데, 썩 잘하는 일이다. 임대료도 없고, 받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토지소유자의 목적은 언젠가 종합부동산세를 내지 않는 좋은 시절(?)이 오면, 지가가 상승하리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방치하면서 정권이 바뀌길 기다리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지대조세제의 또 하나의 장점은 지대가 정부 최우선 수입이고, 그 수입도 크므로 기타 다른 조세가 폐지되거나 현격하게 인하될 수 있다. 심지어는 나머지 세를 다 폐지하고 지대조세 하나만 있어도 정부예산이 충족될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은 땅을 사서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기조차 힘들다. 땅을 가진 이들이 모두 양도소득세를 내기 싫어 땅을 팔려고 들지도 않기 때문이다. 권리는 갖되 소유하지 않는, 땅에 대한 우리의 애착이 도대체 무엇을 위한 애착이었는지, 다시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