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내년 5월 영상자료원 내에 문을 열 한국영화박물관을 위한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전시품 기증 캠페인을 벌입니다. 12번째 기증품은 국군홍보관리소에서 기증한 안양촬영소의 파르보 카메라입니다.
해방 이후 한국영화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급격한 도시화와 대중문화의 약진 속에 산업으로서의 자의식과 대중오락으로서 스스로의 지위를 적극적으로 형성해갔다. 이른바 ‘충무로 시대’를 열기 시작한 당시 한국영화는 수많은 히트작과 스타를 양산하며 성장가도를 달려갔다. 하지만 그 뜨거운 의욕에도 불구하고 카메라 같은 고가의 기자재나 필름 등 영화의 제작여건은 여전히 어려웠던 시대이기도 했다. 1908년 프랑스 데브리사가 만든 파르보 카메라는 35mm 아이모 카메라와 함께 해방 이후 중요하게 사용하던 카메라였다. 사각형의 커다란 나무 박스로 만들어진 투박한 외양에서 느껴지듯 파르보는 사용에 불편함이 많았지만 워낙 카메라가 귀했던 시대였으므로 그 활용도는 높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영화 최초의 키스장면으로 유명한 <운명의 손> 역시 파르보로 촬영된 것. 영화박물관에 기증된 파르보 카메라의 측면에는 ‘안양촬영소’라는 당시 소속이 표시되어 있다. 1956년 한국영화 기술의 선구자인 이필우의 설계로 만들어진 안양촬영소는 3개의 스튜디오와 녹음실, 분장실, 촬영장비 저장소, 3개의 변전소 등을 갖춘 동양 최대의 ‘영화공장’이었다. 최초의 시네마스코프영화였던 <생명>과 <낭만열차> 같은 야심작들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결국 1966년 신상옥 감독의 신필름에 인수된 안양촬영소의 부침은 당시 한국영화가 품었던 산업에의 욕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영화박물관에 장식될 안양촬영소의 파르보 카메라에서는 희망과 좌절이 교차하던 그 시대의 흔적과 기운을 다시금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