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독특한 전화를 한통 받았다. “이주현씨는 언제 나오시나요?, “네, 저 이주현 벌써 나와 있는데요.” 목포에 산다는 그는 <씨네21> 정기독자로 이 칼럼을 아주 재미있게 읽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주현이란 사람이 누군지 너무 궁금하고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그러더니, “내일 제가 만나뵈러 서울에 올라가겠습니다”.
먼 동네에서 희귀영화를 빌리러 오는 고객들 중에서 “이주현씨 맞나요?”라고 가끔씩 물어보는 고객들이 있긴 했지만, 이렇게 마음먹고 서울까지 상경해서 나를 본다는 분은 처음이어서, 약간 가슴이 설레기까지 했다.
드디어 다음날, 만남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약간 늦게 도착했더니, 그는 인형을 뽑으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목포의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이며, 학생들의 영화동아리를 맡고 있다고 했다. 영화와 비디오에 워낙 관심이 많은 터라 대여점을 운영해볼 생각도 있으며, 보고 싶은 영화들을 목포에서 볼 수 없는 극장환경에 대해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씨네21>을 펼쳐들면, 나의 글을 제일 먼저 읽는다면서, 내가 그간 60회에 걸쳐 썼던 글들을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었다. 정작 나 자신도 잘 기억나지 않는 글들을 너무나 상세히 기억하고 있었다. 대여점 안에서 고객들 몰래 맥주를 나눠 마시며 다섯 시간이나 이야기꽃을 피웠다. 새로운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마음이 느긋해지는 기분을 갖게 한다. 더군다나 공동의 관심사를 갖게 될 경우에 말이다. 대화가 끝나갈 무렵, 눈이 내리기 시작하자 그는 우리 대여점 앞에 수북이 쌓인 눈을 쓸어주고는 자신의 고향 목포로 돌아갔다. 그러면서 하는 말, “다음주엔 제 얘기가 나오겠지요?”
이주현/ 영화마을 종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