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나 기구한 인생이라니. 영종과 그의 가족에게 삶이란 풍랑이 연이어 덮쳐오는 거친 바다와도 같다. 고통스러운 나날을 간신히 삼켰다 하면 그보다 더 쓰디쓴 어둠이 다시 슬금슬금 찾아온다. 슬픔과 분노, 절망에 찌든 이들에게 마지막 희망은 바로 그들 자신과 그 옆을 지키고 선 가족. 미8군 밴드 출신이나 밥벌이를 위해 기타 대신 커다란 가위를 쥐고 각설이 공연을 준비하는 영종,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에 골인했지만 아이를 출산한 뒤 7살 지능의 정신지체 장애인이 된 혜연, 어릴 때부터 자상하게 엄마를 돌봐온 어른스러운 성탄은, 무슨 일이 있어도 서로의 손을 꼭 쥐고 있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2002년 KBS <인간극장>에서 방영된 ‘성탄이의 열두 번째 크리스마스’편을 토대로 영화제작사 싸이더스FNH와 공연기획사 이다엔터테인먼트가 공동제작한 <샤인>은 다큐멘터리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더욱 절절하게 다가오는 창작뮤지컬이다. 못 견딜 듯한 괴로움에도 끝내 고개 숙이지 않는 한 가족의 이야기는, 실제로 있었던 일을 토대로 했기 때문인지 한결 복합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음악을 하겠다고 가출해 밴드에서 기타를 치던 영종은 대마초를 피운 죄로 감옥에 끌려간다. 옥에서 깡패와 친분을 튼 그는 건달이 돼 조직에 들어가고 온갖 악행을 저지른다. 이후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조직에서 쫓겨난 그가 몸을 의탁한 곳은 어느 작은 개척 교회. 19살 연하의 맑고 여린 혜연을 만난 것도 바로 그곳이다. 지금까지의 삶을 회개하려 하던 그는 교회 일을 돕던 중 혜연과 사랑에 빠지지만 가부장적인 그녀의 아버지는 불같이 화를 내면서 그들의 결혼을 반대한다. 아이를 지우라는 아버지의 명령을 따를 수 없었던 혜연은 결국 영종의 곁으로 돌아오고, 그들은 지하 단칸방에 조촐한 살림을 마련한다. 하지만 불운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뒤늦게 찾아온 행복에 한숨 돌리려는 찰나 이를 시샘이라도 하듯 곧 비극이 닥쳐온 것.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영종이 수술비를 마련하러 서울을 떠난 사이 홀로 아들을 낳은 혜연은 점차 정신을 놓기 시작하고, 택시운전사로 취직해 아등바등 일하던 영종은 교통사교를 낸 뒤 사기까지 당한다.
출연배우들이 무대 의상을 차려입은 채 노래 부르는 모습에서 시작한 <샤인>은 같은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끔찍한 어둠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은 찾을 수 있다는 듯, 기구한 인생살이에도 음악을 버리지 않는 영종, 교회 밴드 활동으로 평생의 사랑과 인연을 맺은 혜연, 음악에 대한 열정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성탄이 다 함께 열창하는 모습은, 가슴 떨리는 울림을 전한다. 가족으로 출연한 한성식, 양꽃님, 박인규, 캐릭터를 바꿔가면서 쉴새없이 등장하는 최재웅 모두 걸출한 노래실력을 자랑하는데 특히 최재웅의 유머 연기는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전체 극에 적지 않은 생기를 부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