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을 심야영화로 본다면 극장을 나오자마자 야식집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일년에 딱 두달만 먹을 수 있다는 황복회를 비롯해 절판, 도미면 등 고가의 음식부터 된장찌개나 라면 같은 생활형 음식까지 관객의 침샘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식객>에서 그 모든 음식을 직접 요리하고, 배우들의 요리장면에 손을 빌려준 이는 푸드 앤 컬처 아카데미의 김수진 원장이다. 마늘이 제 몸을 던져 국물을 내던 ‘다시다 순’과 따뜻한 밥 위에서 김을 내던 ‘스팸’ CF를 연출한 그는 현재 드라마 <식객>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는 “<식객>을 통해 조리인들의 멋진 모습을 관객이 알아주기 바란다”고 했다.
-<식객>은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원작을 정말 좋아했다. 허영만 선생님이 쓰신 원작은 전문가들에게도 공부가 많이 되는 작품이다. 명절과 지역에 따른 음식이 구분되어 있고, 우리에게도 생소한 식재료들이 소개되어 있다. 그래서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하기에 일찌감치 욕심을 냈었다. (웃음)
-완성본에서는 자신이 만든 요리가 어떻게 보이던가. =사실 조금은 아쉬웠다. 아무래도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보니 요리들의 맛있는 모습이 조금 편집됐다는 느낌이 있더라. 하지만 된장찌개나 고구마처럼 토속적인 음식을 만들고 먹는 장면은 내가 보기에도 즐거웠다.
-영화 <식객>과 드라마 <식객>에서 만드는 요리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 =영화는 원작을 많이 각색했기 때문에 음식의 가짓수가 한정된 게 있다. 주로 소고기 요리를 많이 했고, 나머지는 조류와 육류, 어류 요리를 배합했다. 드라마는 원작에 근거해 가려는 것 같다. 아마도 원작처럼 다양한 음식이 등장하지 않을까.
-직함이 푸드스타일리스트다. 이 분야에 종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원래 한국 요리를 전문적으로 공부했다. 하지만 늘 아쉬운 게 있었다. 한국 요리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 푸짐하지만 남겨서 버릴 게 많다는 거다. 하지만 한국 요리도 일본 요리처럼 간결한 면을 드러낼 수 있다. 나름 이 분야를 생각했던 건 그처럼 한국 음식을 좀더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많이 들었을 질문 같다. 요리에 조예가 깊은 엄마와 아내라면 가족도 좋아할 것 같은데. =사실 부끄럽다. (웃음) 애들이 어렸을 때는 이유식도 직접 만들어 먹였는데, 요즘은 애들이 커서 각자 알아서 먹자는 주의다. (웃음) 오늘 아침에도 계란볶음밥이랑 김치만 올려놓고 나왔다. 내가 바쁘다 보니 가족에게는 항상 미안하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