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한은 있어도 후회는 없는 삶이었다.” 배우 최은희가 영화에 바친 지난 70여년의 삶을 고백했다. 지난 10월9일, <최은희의 고백-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출간한 그녀는 이 책에서 두번에 걸친 납북과 신상옥 감독과의 만남, 배우가 아닌 평범한 여성으로서 겪었던 상처들을 털어놓았다. 최은희는 책의 머리말에서 “이제까지 말하지 않았던 최은희의 진실한 고백으로, 지난날 나에 대한 억측들도 바로잡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고 밝혔다.
<최은희의 고백…>은 1930년 11월9일 경기도 광주에서 태어난 어느 ‘속눈썹이 긴 여자아이’의 어린 시절로 시작한다. 남들처럼 평범한 여자로 살고 싶지 않았던 일제강점기의 여성이 극단에 들어가 연기를 시작하고, 영화계에 진출한 뒤 펼쳐지는 이야기는 한국의 근현대사와 맞닿아 있다. 생활고와 폭력의 상처만 남긴 첫 결혼, 인민군과 아군에 강간당했다는 헛소문을 뒤따르게 한 첫 번째 납북, 간통죄 1호라는 세상의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허름한 여인숙에서 치른 신상옥 감독과의 결혼 이야기 등을 비롯해 유신체제하의 검열로 인한 한국영화의 추락을 경험한 이야기들이 담담한 어조로 드러난다. 특히 최은희는 신상옥 감독과의 만남과 이별을 이야기하며 “신 감독이 오랜 세월 간직해온 대본이 있으니 누군가가 영화를 찍어주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