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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웨이] 말로 할수 없는 것을 연기하다
주성철 사진 이혜정 2007-11-15

<색, 계>의 히로인 탕웨이를 만나다

누구도 그녀가 신인이라곤 믿지 못할 것이다. <색, 계>의 히로인인 탕웨이는 양조위와 비교해도 당당히 ‘주연’이라 말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라는 격동의 세월과 흔들리는 욕망의 그림자는 오직 그녀의 표정과 몸짓에 압축돼 있다. 영화 내내 그녀는 전혀 흔들림없는 표정으로 자신에게 닥친 현실을 묵묵히 견뎌낸다. 그런데 정말, 이미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한 장쯔이보다도 한살 많은 탕웨이는 신인이 맞다. 물론 연예계 활동은 오래전부터 시작했다. 10대 시절 모델로 활동했던 그녀는 베이징중앙연극학원에서 착실히 수업을 쌓았고, 2004년에는 베이징에서 열린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으며, 이후 몇몇 TV영화에 출연하던 중 드디어 지난해에는 CCTV 영화채널에서 수여하는 최고 여배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 그녀에게 리안 감독의 <색, 계> 오디션은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베이징과 홍콩을 오가며 모두 5번의 오디션을 봤다. 그러다 마음을 비우고 지방에 내려가 있던 그녀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아버지와 함께 산을 오르고 있는데 빨리 다시 홍콩으로 오라고 하더라. 난 또 6번째 오디션 연락으로 생각하고 ‘이미 5번이나 봤는데 뭐 한번 더 못하겠어?’(웃음) 하는 생각으로 홍콩으로 갔다. 그런데 한참 시키는 대로 하다보니 오디션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안 감독이 조용히 카메라 앞에 서라고 했다. 정말 기뻤다.”

<색, 계>에 쏟아지는 가장 큰 관심은 역시 과감하고 도발적인 정사신에 있다. 탕웨이 역시 리안 감독에 대한 믿음, 양조위라는 대선배와의 영광의 만남만으로 선뜻 캐릭터에 빠져들기에는 가장 두려운 부분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양조위)와 왕치아즈(탕웨이) 두 사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몸으로 보여주는 사람들이다. “나 역시 어쩌면 대사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그 정사신들이었다. 그래서 거의 반 미칠 지경까지 가는 순간도 있었지만 이를 악물었다.” 그럼 광위민(왕리홍)과 이 사이에서 느끼는 감정은 어땠을까? “왕치아즈는 처음에 광위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이를 유혹하는 임무를 수락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와 사랑에 빠진다. 부모도 없고 혼란스러운 세상에 대한 결핍으로 가득한 가운데 비록 육체적 사랑이 먼저였지만 이의 따뜻함에 쉽게 불타오르게 된다.”

아직 정해진 차기작은 없지만, 현재 탕웨이는 홍콩은 물론 여러 감독들에게 러브콜을 받고 있다. 장쯔이 이후 탕웨이는 <투야의 결혼>의 위난과 더불어 가장 주목받는 대륙의 여성이 됐다. 그녀 역시도 존경하는 인물로 당연히 공리, 장만옥을 꼽는다. “전혀 새로운 환경에서도 멋진 활동을 하는 모습이 너무 좋다. 공리, 장만옥, 양자경 다 대단하고 부럽다. 그들이 성공적인 해외진출을 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모습이 부럽다. 물론 나 역시 그러고 싶고. 얼마 전 뉴욕의 한 파티에서 한국 기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아시아 사람으로서 내가 자랑스럽다고 했다. 다른 기자들에게서도 그런 얘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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