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시즌5 AXN(월~목) 오전 11시30분, 오후 3시10분, 오후 7시20분
지난 9월25일 키퍼 서덜런드가 음주운전으로 ‘다시’ 적발되었다는 뉴스가 인터넷을 타고 퍼지는 것을 보면서 참 세상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 한물간 배우로 여겨졌던 키퍼 서덜런드의 시시콜콜한 행적이 뉴스거리가 될 것이라고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흥행에 실패한 <센티넬>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영화 출연작도 없는 그에게 그런 톱스타급 관심이 쏠린 데에는 시즌6까지 끝낸 <24>의 영향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즌6가 엄청난 혹평을 뒤로하고 마무리되면서 2009년까지 세번의 시즌을 더 계약해놓은 키퍼 서덜런드의 앞날에는 빨간 불이 켜져 있는 상태다. 그 때문에 국내는 물론 미국 현지에서도 제작진이 내년 1월로 예정되어 있는 시즌7에서 뭔가 획기적인 변화를 주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참신했던 기획이 여섯개의 시즌을 거치면서 매너리즘에 빠지고 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팬들의 우려를 불식시켜려고 제작진들은 제작 초기부터 상상을 초월하는 큰 변화들이 <24> 시즌7에 일어날 것이라고 공언해왔었다.
지난 10월 말 공개되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24> 시즌7의 예고편은 그러한 변화가 진짜 메가톤급이 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선 시즌7까지 <24>를 지탱해왔던 가상의 대테러조직 CTU가 해체된 상태에서 주인공 잭 바우어의 활동무대가 LA를 떠나 워싱턴 DC로 옮겨진 것이 눈에 띄는 변화다. 예고편과 인터넷에 공개된 각종 제작진들의 인터뷰를 종합해보면, CTU는 대테러 활동 중에 발생했던 각종 불법행위 및 불복종 행위로 해체되고, 잭 바우어 역시 상원청문회에 출석하여 그가 저지른 각종 불법적 활동에 대해 추궁받는 것으로 시즌7은 시작된다.
또한 핵폭탄, 생화학물질 등을 통한 테러 시도가 아닌 안보전산망과 정부 시스템의 방화벽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축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다이하드4.0>에서 검증된 것같이 사이버 테러라는 잠재적인 위협을 전면에 드러냄으로써 드라마적 긴장감의 차원을 달리해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가장 충격적인 변화는 그러한 사이버 테러의 위협을 주도하는 인물로 잭 바우어의 절친한 동료였고 잭 바우어 다음으로 많은 팬을 거리고 있는 전직 CTU 요원 토니 알메이다가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시즌4를 끝으로 동료인 미셸 데슬러와 결혼하고 CTU를 떠났던 토니 알메이다는, 시즌5 초반에 데슬러를 잃고 중반에 그 자신도 목숨을 잃으며 많은 팬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던 인물이다. 그가 잭 바우어의 품에서 숨을 거두며 “She’gone, Jack”이라고 읊조리던 모습은 <24> 팬들이 뽑는 명장면 중 하나로 손꼽힐 정도다. 그러던 그가 소문에서처럼 결국 시즌7의 예고편에 악역으로 등장하자 팬들은 일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것. 그런 혼란은 크게 두 가지 질문으로 대변되는데, “분명히 죽은 줄 알았던 그가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가?”이고, “왜 그가 잭 바우어에 대항하는 악당이 되었는가?”이다.
아직 감을 잡기 어렵지만, 제작진들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토니 알메이다의 갑작스러운 등장과 변신이 자연스럽게 설명될 것이라 밝히고 있다. 일부 팬들은 팬사이트나 게시판을 통해 아마도 알메이다가 대테러 임무를 멀리하려는 잭 바우어를 끌어들이기 위해 정부기관(아마도 FBI)을 대신해 악당으로 위장한 것이 아니냐는 희망 섞인 예측을 내보내고 있기도 하다.
여하튼 베일에 싸인 토니 알메이다의 컴백에 덧붙여 힐러리 클린턴을 모델로 한 것으로 보이는 여성 대통령의 등장, 최근 캘리포니아 산불로 인한 방송일정 변경설 등으로 <24> 시즌7이 이래저래 계속 팬들의 시선을 끌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이런 방영 전의 기세를 끝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는 첫 에피소드의 방영이 예정된 내년 1월 중순까지 기다려봐야 알 수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