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하나 딱히 꼬집어 얘기하긴 좀 그렇지만 보면 볼수록 묘하게 은근한 열등감을 자극하여 보면 볼수록 울컥하는 CF들이 있다. 이건 순전히 내가 평범한 외모의 소유자이며, 가끔 방구석에서 쥐며느리가 튀어나오는 집에서 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마음으로 쓰련다. 그러니 개인적 감정이 글에 섞여 들어가는 것을 이해해주시길.
우선 한편의 자동차 광고에 대해 얘기하면 이렇다. 이효리와 이동건의 CF를 가장한 뮤직비디오로 약간의(?) 논란을 일으켰던 투싼이 요즘에는 이효리의 솔직담백 토크를 내세운 CF를 내보내고 있다. 뭐 처음엔 차랑 모델이랑 잘 어울리는데다가 SUV에 여성 모델을 기용한 것도 신선했고, 화면 때깔도 좋고, 무엇보다 발랄한 매력이 넘치는 효리양이 모델이니 보시기에 좋았더라 말이다. 근데 이 CF 자꾸자꾸 보니 괜히 울컥한다. 문제는 그 효리양의 고백 되시겠다. 사라져라 사라져라 나보다 어리고 예쁜 것들아. 아 그러니까 말입니다. 누구나 다른 사람들을 질투하게 마련이고 결국은 자신감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건 알겠는데 그 말이 효리양의 입에서 나오니 괜히 보는 평범한 여자들 더욱 우울해지고 자신감이 떨어지더라 그겁니다. 아니 대한민국에서 미모와 매력으로 짱 먹는 사람이 나보다 어리고 예쁜 것들 사라지라 해봤자 사라질 애들도 없는데다, 거기다 대고 또 금세 위로라며 외모 별로 상관없고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얘기하면 신뢰도가 확확 떨어진단 말이죠. ‘세상에, 이효리까지 이러면 나는 어찌 살라고’ 하는 한숨과 함께 바로 뒤이어 ‘흥이다! 흥! 예뻐서 좋겠구먼!’이라는 열등감 섞인 질투가 속 좁은 마음부터 목구멍을 타고 삐져나온다. 솔직하고 자신감 넘치는 이효리의 매력을 차에 덧씌우려는 의도겠지만, 그리고 이게 남자들한테는 먹힐 수도 있지만, 외모 콤플렉스 하나쯤 안 가져본 적 없는 나 같은 여성들이 보기엔 가졌던 자신감마저 초라하게 만들어 괜스레 등돌리게 만드는 CF가 아닐까나. 뭐, 이러는 내가 나도 싫다. 한바탕 웃음으로 마무리할 수밖에.
또 하나, 보면 볼수록 울컥하는 광고 두 번째는 래미안 아파트. 이제사 불륜드라마에서 벗어나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CF로 만들어내놓는가 했는데 어쩐지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남자친구를 집에 데려가는 어여쁜 민정씨, 래미안을 가리키며 자랑스럽게 ‘저기가 우리집이야’ 하는데 왠지 남자친구 얼굴 표정이 ‘다시 봤네’라는 듯 바뀌는 것도 같다. 옆자리 여자애가 맘에 드는 꼬마 창준이는 장난감도 많고 먹을 것도 많고 무엇보다 놀이터가 쌔끈하게 좋은 자신의 집으로 꼬드겨 여자애와 친밀해지는 데 성공한다. 창준이네 집은 래미안이란다. 참 화면도 예쁘고 모델도 귀엽고 최유라씨의 내레이션도 아기자기 좋은데 보고 나면 묘하게 기분이 상하니 이 무슨 조화일까나.
‘쳇! 좋은 집 살아야 자랑스럽게 남자친구도 데려오고, 좋은 집 살아야 이제 겨우 꼬마들 교우관계 좋아진다 이거냐!’ 싶은 꽈배기처럼 배배 꼬인 마음이 이 CF를 마냥 예쁘게 봐주지 못하는 거다. CF의 의도는 감정과 생활의 어여쁜 단면을 집과 연관해 브랜드를 조금 더 감성적으로 올려주는 데 있었겠지만 나 같은 이들은 저런 여어쁜 감정들에까지 집의 브랜드가 깊이 관여된다고 생각하니 화가 나는 것이다. 그런 좋은 아파트에 살지 못하는 질투와 열등감이 ‘흥!’이란 단어에 실려 결국은 화면에서 고개를 돌려버리고 만다.
이 CF들은 아마 ‘울컥’하는 반응 대신 브랜드에 대한 선망과 ‘갖고 싶다는 욕망’을 얻고 싶어했을 것이다. 그러나 외모나 집, 그러니까 이 사회에서 하나의 유사 권력이자 신분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보는 이들이 쉽게 갖지 못하는 것이 소재일 때에는 좀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너무 쉽게, 너무 간단하게, 너무 당연한 것인 양 아름답게 포장할 때 그것이 결코 쉽고 간단하고 당연한 것이 아닌 많은 이들은 마이너스 자극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선망과 욕망 대신 냉소로 답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많다. 오늘은 그런 이들을 위한 변명이다.
‘흥! 있는 것들은 좋겠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