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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박물관 전시품 기증 릴레이 9] <죽음의 다섯 손가락> 의상

<씨네21>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내년 5월 영상자료원 내에 문을 열 한국영화박물관을 위한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전시품 기증 캠페인을 벌입니다. 아홉 번째 기증품은 정창화 감독이 기증한 영화 <죽음의 다섯 손가락>의 의상입니다.

사방 가득 적으로 둘러싸인 남자. 절체절명의 순간 어디선가 들려오는 비장한 음악소리와 함께 벌겋게 달아오르는 손바닥, 이윽고 손가락 끝에서 뿜어져나온 절기에 적들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져나간다. 1967년 “탁월한 액션 연출 감각을 인정받아” 홍콩 쇼브러더스에 스카우트되면서 한국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홍콩에 진출했던 정창화 감독의 1972년작 <죽음의 다섯 손가락>은 홍콩영화 최초로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등 당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던 작품이다. 절대 무공을 얻었지만 결국 맨주먹으로 무술대회에 나가 우승을 거두는 성실하고 선한 주인공을 연기했던 로례는 <아랑곡의 혈투> 등에서 정창화 감독과 작업하기 전에는 주로 악역을 전담했던 조연급 배우였다. “나도 처음에야 왕우나 강대위들과 작업하고 싶었지. 근데 다른 감독들이 놓아주나? 그래서 이왕 다른 배우를 쓸 거면 좀 서민적인 마스크의 배우를 쓰자 생각했어. 그래야 관객이 친근감도 더 느끼고 자기도 저렇게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할 거 아냐.” 정창화 감독이 기증한 의상은 영화에서 주인공이 입고 있는 옷과 똑같지만 한번도 입지 않은 새 옷이다. “보통 한 가지 의상을 세벌씩 만들었어. 중간에 찢어지고 더러워질 수도 있으니까. 그 옷은 촬영 중에는 두벌만 썼고, 내가 맘에 들어하니까 미술감독이 챙겨준 거야. 언젠가 입을 기회가 있을까 싶어 가지고 있었던 거지.” 그렇게 영화박물관으로 기증된 그 의상에서 영화 속 가장 극적인 장면을 떠올려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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