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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님, 전시장 가실래요?”, 2007 마니프서울국제아트페어

황용엽 <어느 날>

과장님이거나 함께 온 가족이면 공짜로 입장할 수 있는 아트페어가 열린다. 1995년 ‘국제아트페어’라는 용어를 우리나라 처음으로 사용했던 ‘마니프서울국제아트페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김 과장 전시장 가는 날”이란 타이틀로 미술애호가들을 유혹한다.

국내외 작가 130여명의 작품 2천여점이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이번 아트페어는 ‘군집개인전’ 형식이다. 각 부스에서 초대작가들이 직접 관람객을 맞이하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현장에서 작가에게 들을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또한 작은 소품 몇점이 아닌 최소 10여점이 넘는 다양한 크기의 작품을 볼 수 있어 작가적 역량을 가늠하는 데도 수월하다. 그리고 아트페어 관람은 곧 한국 미술시장의 분위기와 가격지수를 알게 해준다. 전시된 모든 작품은 빠짐없이 가격표가 붙어 있는 가격정찰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붐을 이루고 있는 미술시장의 큰 활기는 예전과는 매우 달라진 양상을 보인다. 그림을 단순히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마음에 드는 작품은 직접 소장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해졌다. 나아가 ‘미술품도 돈이 될 수 있다’는 아트재테크로써의 기대심리는 이런 현상을 부추기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특히 최근 아트페어 전성시대를 맞아 작품관람이 더욱 쉬워졌다. 마치 대형 할인마트에서 속편하게 쇼핑을 즐기듯, 마음만 먹으면 구미에 따라 미술품도 아무런 장애없이 아이쇼핑을 누릴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선 아트페어는 수십에서 수백명의 작가와 수천점의 작품을 동시에 만나는 ‘아트멀티숍’인 셈이다. 그럼 아트페어에서 ‘나만의 그림쇼핑 성공요령’은 없을까? 몇 가지로 정리해보자.

우선 사전에 자신의 기호(성향이나 장르)를 정하고, 작가와 작품에 대한 관련 정보를 수집하자. 웬만한 작가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이나 일반 매체에 노출되어 있다. 둘째로 작가의 시장 인지도와 작품가격대를 점검한다. 아마도 작품가격은 평소 친분있는 전문가가 있다면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겠다. 셋째, 전시장에 도착했으면 먼저 빠른 행보로 1차 아이쇼핑을 통해 전체 분위기와 눈에 띄는 작가나 부스를 선별하고 기본 안내물(카탈로그)을 챙겨둬라. 넷째, 좀더 신중하게 구매를 위한 2차 쇼핑에 나선다. 같은 작가의 것이라도 작품의 완성도가 다르기 때문에 대표성을 띠는 것으로 고른다. 다섯째, 구매목적(감상용인지 재테크용인지)과 경제적 여건을 고려해 지출규모를 정한다. 대개 자신의 연봉 10% 정도면 감당할 수 있는 적절한 투자범위일 것이다. 여섯째, 구입한 작품에 대해선 확인서를 받아두면 좋다. 다음에 환금과정에서 증빙자료로 쓰일 수 있도록 작가와 기념 촬영도 권장할 만하다. 일곱째, 구매한 작품을 활용해 최대한 즐겨보자. 미술 작품의 궁극적인 목표는 삶의 질적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집안 분위기를 바꿔보는 것도 좋지만, 작품을 테마로 작은 파티를 가져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끝으로 애장품의 작가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성원하는 것. 그것은 자신을 문화후견인으로 새롭게 탄생시키는 짜릿한 흥분을 선사해줄 것이다.

이제 미술도 생활이 됐다. 성공적인 그림쇼핑은 맘에 드는 작품의 구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일상생활에서 효과적으로 잘 즐길 수 있는가에 달렸다. 또한 그 작품을 통해 삶의 질적 변화를 추구하는 것도 현명한 컬렉터의 중요한 덕목이 될 것이다. 이번 마니프서울국제아트페어에선 ‘멋쟁이 컬렉터 김 과장’의 주인공이 직접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문의: 02-514-9292)